어느날 한 교우가 찾아왔다. 말을 들어본 즉 그녀는 어디다 자기의 답답한 심정을 하소연이라도 하고 싶어 하던 중 문득 나를 찾아온 것이었다. 그녀는 평생을 동정으로 살 허원을 하고 살던 중에 한남자가 구원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것을 알게되었다.
그는 어려서 일찍 부모를 잃고 고아원에서 자라온 사람이었다. 그후 나이가 들자 그곳을 뛰쳐나와 거리를 방황하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자연 나쁜 길에 빠져 종신형을 받고 감옥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었다. 그러던 중에 종교계의 몇몇 뜻있는 분들이 그를 결혼시켜 새로운 자유의 삶을 살게 해주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그녀는 이 일을 알게되자 그를 위해 매일같이 성체 앞에서 기도를 드렸다. 어느날 갑자기 성체로 부터 강한 빛을 받았다. 그리스도처럼 자신을 버려 한 인간을 구원해 보리라는 결심을했다.
그리하여 부모형제의 간곡한 만류도 부리치고 그와 결혼하게 되었다. 그날은 기쁜날이 였어야 했는데도 긴장과 고통이 전신을 압박하는 것을 겨우 이겨내야만 했다. 남들이 보통 생각지도 못하는 결혼이었기 때문에 사회에서는 떠들썩하게 그 결혼에 대해 이야기 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오직 그들앞에 이 사회의 비정함만이 차갑게 감돌고 감돌고 있을뿐이다. 그이는 사회에 적응할 줄을 몰라 아직도 방황하고 있다. 그에게는 수십년이란 오랜 감방생활이 오히려 땀흘려 수고해야 하는 사회생활보다 더편해 보이기까지 했다. 이제 그녀에게 남은 한가닥 희망이란 그를 감방에서 꺼내구해준 그 역할만으로 자위하며 각자 헤어질 수 밖에 없다고 다짐한다.
푼푼이 모아 둔 그녀의 재산은 불과 몇년 안되는 사이에 그이 뒷치닥거리 하느라 탕진되었다. 아직도 십대소년 같은 마음을 가진 그는 그동안 구경해보지 못한 물건들을 모두 갖고 즐겨보고 싶은 것이다.
이같은 정신연령의 괴리에서 오는 고통 외에 그는 그녀에 대해서 아내 그이상의 역할 즉 선생님이나 어머니처럼 보살펴주는 것을 요구하다가도 그것 때문에 반항하기도 한다.
그들이 새 가정을 이룰때 찬사와 축하를 아끼지 않던 그들은 모두 어디에 있을까? 이 일은 남의 일이라고 그냥 지나쳐 버릴 수 있을까? 한 가정의 파탄은 곧…내가 속한 사회의 혼란을 가져옴을 알아야 하겠다.
■지금까지 이난을 맡아주신 김사겸씨께 감사드립니다. 이번호부터는 오세완 신부님(성무)께서 맡아 수고해 주시겠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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