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선선해 지기가 시작한 지난 9월부터 사제들의 은경축이 줄을 잇고 있다. 서울과 지방 곳곳에서 25년의 사제생활을 축하하는 작은 잔치들이 기쁨과 흥겨움 속에 펼쳐지고 있다.
은경축을 맞는 사제도, 축하하는 동료ㆍ선배ㆍ후배사제 그리고 신자들 모두가 한마음으로 25년의 사제생활을 축하하는 모습은 참으로 흐뭇하고 정겹기 그지없다. 사회적으로는 부부가 탈없이 해로하면 그 25주년을
은혼, 50주년을 금혼, 그 60주년을 회혼이라하여 자손들과 친척 이웃들이 함께 기쁨을 나누는 것은 세계각국이 거의 같은 풍습으로 이어 오고있는 아름다운 전통이다. 부부가 아무런 사고없이 건강하게 같이 나이를 먹고 늙을 수 있음은 분명 큰축복이 아닐 수 없다. 흔히 쉬울 것 같으면서도 결코 쉽지 않은 것, 그것이 부부의 해로라고 말하기도 한다. 사회질서의 파괴와 혼란속에서 가정의 위기, 가정의 파탄이 빈번한 오늘날에 있어 해로하는 부부의 모습은 진정 아끼고 싶고 소중한 보물이 아닐수 없다. 사제생활 25주년을 경축하는 일은 결혼생활에서 얘기하는 은혼과 견주어 볼 때 비길수 없을 만큼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아니 어쩌면 결혼생활과는 비교할수 없을 정도의 의의와 가치를 인정해야 할지도 모른다. 물론 종교적인 의미에서도 그렇고 특히 복음화를 지상 최대의 사명으로 하는 한국교회 입장에서 볼 때 사제의 탄생과 그의 역할은 참으로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직 한국교회는 전교지역에 속한다. 가톨릭 인구는 전체 인구수 가운데 5%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고 그만큼 한국교회에 맡겨진 사명은 막중할수 밖에 없다. 복음화를 이루어야 하는 막중한 사명은 한국교회 전체구성원에 달려있지만 그 가운데서 사제의 몫은 핵심을 이룰만큼 결정적이다.
이땅에 하느님 나라를 이루하기 위해 자신을 송두리째 바친삶, 그보다 고귀하고 값진 삶을 찾아 보기란 쉽지가 않다. 교회가 사제생활 25주년을 특별히 경하해야할 이유는 여기에서 쉽게 드러난다.
세계교회와 비교해 볼 때 한국교회 복음화의 연령은 상당히 짧은편에 속한다. 84년에 2백주년을 맞았지만 우리 사제를 배출한 것은 불과 60년역사에 머물고 있다. 따라서 우리교회가 사제 은경축을 빈번히 맞기시작한 것은 불과 10여년이 채 못될 수 밖에 없다. 60년대 이르러 왕성해진 사제배출의 결실이 바로 지금, 은경축의 모습으로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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