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봄. 개나리, 벚꽃, 계절의 신성한 의식에도 봄바람이 인다. 차디찬 꽃샘바람이 분다. 바람의 폭력, 바람의 심술, 바람은 영원무궁토록 설레이는 야성의 황제, 경제를 넘어 휩쓸어가는 바람, 안도 바깥도 없이 소용돌이 치는 바람, 지평의 허망과 진실을 바르게 판단할 능력이 아쉽습니다. 바람을 잠재우는 힘이 아쉽습니다.
◆이기심 넘치는 메마른 세상
오늘의 세계에는 믿을수 없는 일이 하도 많아서 얼을 잃습니다. 도시화ㆍ기계화의 진행은 부랑자나 노인을 오물처럼 생각하여 1983년 2월 일본 요꼬하마에서 중학생 클럽이 이들을 배제하기 위하여 이들을 사냥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 학생들에게는 부랑자나 노인 속에 자신들과 같은 인간이라는 것을 느끼지 못하고 그들의 손으로 살인을 해도 죄의식은 없고 오직 오물을 치운 홀가분한 기분을 가졋을 뿐이었습니다. 그들은 그들이 사는 편리한 세상에서 자신들의 신체의 아픔을 실감할 기회가 없었을 것입니다. 그들은 아픔을 모릅니다. 하물며 어찌 그들이 타인의 아픔을 알겠습니까. 이와같이 현실감을 잃은 사람들에 의한 범죄가 우리에겐 없을까?
강도짓을해도 체포되면 운수가 불길했을 뿐이랍니다. 핵가족의 과잉보호 속에서 자라나 어려움을 모르는 유야독존의 극단적 이기심이 넘치고 있습니다. 메마른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대학 교정에는 격전의 함성이 울리고 정구공의 갑절이나 되는 큰 돌이 날고 최루탄의 가스가 자욱한 어제와 오늘, 원수들처럼 두 갈래로 갈라 서서 흐름을 쫓고 있습니다.
그들은 저마다의 목적과 자신들 행동의 진정한 의미를 파악하고 있을까? 공동체를 위한 것인가, 자신들의 이기인가. 상대방 때문에 우리가 못사니까 생존 경쟁으로, 보다 나은 사회를 위하여, 공명심으로, 국가를 위하여, 아니면 보수를 받기위하여 대학 마당이 수라장이 되어야 하는가?
◆잡탕문화「수렁」벗어나자
만약 세계의 에너지를, 식량을, 정신계를, 정보를, 그리고 무기를 좌우하는 보다 높은 차원이 있어 이를 굽어본다면 뛰어 보아야 그 자리인데 희비극의 열띤 연기에 고소를 금지 못할 것입니다.
이 컴플렉스에는 어떤 이름을 붙여야 할까? 우리는 거의 문맹자가 없는 양양한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국민입니다. 내일의 번영을 약속받은 듯 부푼 꿈을 지니고 있습니다.
휴전선이 있어도 전진하는 의지는 뻗기만합니다. 세계의 모든 나라와 겨루며 공존하는 슬기도 있습니다. 그러나 남에게 뒤질수 없어서 불행한 일이 없는지, 매사에 아전인수격으로 미화하는 현실 존중주의자가 없는지, 현실적 조건의 성숙을 고려함이 없이 무비판적으로 급진적인 사상을 수용하고 있지는 않는지, 찌꺼기 잡탕문화의 수렁에서 헤어나야 되겠습니다.
탐욕으로 불의가 끓는 거칠은 땅에서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지치고, 냉소적 불신, 허무주의적 체념과 절망으로 소외된 생활에서 해방되어야 되겠습니다. 의인은 없나니 곧 한 사람도 없나니라. 배가 고프면 도둑질할 생각이 나고 배가 부르면 남의 부인을 넘보는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모두 자기를 합리화합니다. 우리는 외로운 유희에 열중합시다.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은 우리가 잠시 보관할 뿐, 언젠가는 주님에게 감사하며 반납해야 합니다. 바리사이파 사람들이 간음하다가 잡힌 한 여인을 데려와서 그 여인의 처단을 주님에게 물었더니「너희 중에 누구든지 죄없는 사람이 먼저 여인을 돌로쳐라」고 말씀하시니 여자만 남겨두고 모두 가버렸다는 성경 말씀을 기억합니다. 신은 신이고 사람은 사람입니다.
신은 하늘에 있고 사람은 땅에 있습니다. 저 사람은 바르고 이 사람은 죄인이라고는 아무도 말할 수 없습니다. 범죄와 신성한 것은 인간의 영혼 속에 혼합되어 있어서 풀이할 수 없는 신비로운 것입니다. 바르다는 이유로 좋아하고 타락했다는 이유로 미워할 수 없습니다. 상처 투성인 우리 인간은 언제나 주님의 구원을 바라며 살고있습니다.
◆진보가 손상 가져올수도
주님의 왕국에서 형제로서의 의식과 사랑으로 인류 전체가 하나되어 차별도 전쟁도 없는 세계를 이룩하여 저마다의 개성을 존중하고 민족정신이나 문화의 차이를 솔직히 인정하면서 이해와 사랑의 일치를 위하여 나눔의 생활을 구한다면 고뇌는 극복될 것입니다. 누구에게나 알지 못하는 가운데 선과 악이 덧붙어 있으므로 언제나 깨어있어야 될 것입니다.
몸부림치면서 아파하다가, 울다가, 웃다가, 슬퍼하다가 시궁창 속에서도 잘 살아서 주님께서 기뻐하시면 이것보다 더한 복이있겠습니까? 사람은 사람답게 살아가는 것입니다. 품위가 능력을 줍니다.
품위없는 능력은 도구에 불과합니다. 품위를 지키는 지혜를 익혀 책임있는 생활로서 생각하는 사람이 됩시다.
인류 역사에서 과연 명실상부한 진보가 있었습니까? 진보로 보이던 현상이 다른 면으론 인류에게 크게 손상을 끼쳐왔습니다. 진보를 측량하는 가치관 자체가 혼미합니다. 모든 생각을 다시 다듬어 희극적 생활에서 탈피하여 사람의 편리를 도모하는 문명을 누려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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