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다. 선거열풍이 전국을 뒤흔들고 있다. 대통령 후보도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 이 네분으로 윤곽이 드러나 대권경쟁이 시작되었다.
이제 국민의 관심은 온통 대통령선거에 쏠려 있다. 어디를 가나 서너사람만 모여도 누가 대통령이 될 것인가, 누가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가 하는게 단연 화제다.
정말 얼마만에 맛보는 기쁨인가.
돌이켜보면 허구한날 말로만 국민을 주권자라고 칭했지 언제한번 주권자라고 칭했지 언제한번 주인대접을 제대로 받은 적이 있었던가.
걸핏하면 연금이다, 연행이다 구속이다, 처벌이다하여 혹독한 탄압을 받아왔던 긴긴 겨울의 추위는 걷우어지려나. 국민의 위대한 민주역량에 의하여 이제 행사할 기회를 쟁취한 것이기에 국민의 기쁨은 더욱 큰 것이리라.
이른바 10월 유신이래 너무나 오랫동안 정부선택권을 빼앗겨온 우리 국민으로서는 대통령을 우리 손으로 직접 뽑게 되었다는 것은 여간 신나는 일이 아닐수 없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 대하는 언론의 시각은 뭔가 잘못되어 있다. 제도언론은 언필칭 야권의 분열을 빌미로 하여 야권 대통령 후보가 단일화되지 않으면 80년도 봄의 재판(再版)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물론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단일화되지 않으면 야권표의 분열로 말미암아 여당에게 패배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우려에서 하는 말이라면 납득할 수 있으나 그보다는 야권의 분열로 인한 과당경쟁이 자칫하면 군부강경파가 개입하여 80년 봄과 같이 싹쓸이를 할 구실을 준다는 지적을 하고 있는 점이다.
그 말의 배경에는 여권 내부의 강경파와 온건파의 대립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는 하나 그것이 아니고 이 시점에서 군부가 개입해도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결론을 내려버려 군부개입을 유도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의견을 개진하는 것은 한심한 작태가 아닐 수 없다.
여하튼 이번 대통령 선거는 반드시 시행돼야 한다. 민주당 후보의 단일화실패 등 그 어떠한 명분으로도 국민의 정부선택권을 빼앗을 수는 없다해서 어떤 난관이 닥치더라도 국민의 손으로 직접 대통령을 뽑는 정치행사는 기필코 이루어져야 할것이다.
만에 하나라도 80년 봄처럼 대통령 직선의 국민적 열망을 묵살한다면 그러한 정권에 대해서는 정권의 정통성시비가 끊임없이 일어나게 되어 엄청난 사태가 생기고 말것이다.
그런데 국민의 여망은 민주당 후보가 단일화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세계에서 온갖 고초를 겪으신 김영삼 총재나 김대중 교문은 이러한 민의쯤은 잘 파악하고 있어 끝내는 단일화에 성공하리라고 믿고싶다.
두 분의 담판을 단일화가 안된다면 당내 경선이라도 해서 단일화를 이룩해야 한다. 사정이 여의치 않아 끝내 단일화가 안되더라도 적어도 투표일 열흘전쯤에 가서는 단일화가 되어야 한다.
단일화가 늦어지면 야권표의 독식을 위해 야권후보끼리 서로 상대방을 공격하게 되어 피차 큰 상처만 남기게 되고 그것이 여권에 어부지리를 가져오게 될 것은 명약관화하다. 그렇게 되면 온 국민이 바라는 평화적 정권교체의 소망이 무산될 가능성도 없지많다.
그리고 이번 선거에서 특히 경계를 요하는 것은 제발 지역감정에 호소하여 당선되겠다는 발상을 버려야 할것이다.
이 나라가 강제로 분단된 것만해도 서러운데 경상도니 전라도니 하여 지역감정을 조작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음은 개탄할 일이다.
지역민끼리 무슨 감정이 원래 대립되었다기 보다는 역사적으로 지배계층이 지배를 합리화시키는 방편으로 지역감정을 악이용해왔다. 지난 공화당 정권때는 선거전에 승리하고자 악의적으로 지역감정을 조장했던 것은 이미 주지의 사실이다. 정책이나 인물은 제쳐두고 지역감정에 좌우되어 투표를 하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할 것이다.
이제 우리의 관심은 과연 공명선거가 제대로 이루어질 것인가 하는 점에 귀착된다. 중립 내각을 구성하자는 제의도 따지고 보면 선거의 공정성을 기하자는 데 기인된다. 선거만 공정한다면 굳이 중립선거 내각이 필요치는 않을것이다. 허나 대통령 직선제의 국민여망을 그토록 철저하게 탄압해왔던 이 정부에게 과연 공정한 선거를 기대할수 있을 것인가에 많은 국민이 의문을 갖고 있다.
이러한 의문은 선거가 끝나더라도 부정선거에의 의혹을 계속 야기시켜 심각한 선거후유증에 시달릴 여지를 남기게 될것이니 그럴바에야 차라리 엄정중립내각을 구성하는게 차기정부의 안정된 출발을 위해서도 바람직할 것이다.
우리는 자유당 말기의 부정선거가 4ㆍ19혁명을 가져왔다는 역사적경험을 기억하고 있다. 해서 이러한 역사의 과오를 되풀이해선 안된다.
그러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여당은 야당할 각오를 하고 공명한 선거에 임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부정선거가 자행된다면 국민은 결코 선거결과에 승복하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선거도 이제 2개월 남짓밖에 남지 않았다. 관권이나 금권이나 지역감정에 좌우되어 민주화에의 소중한 기회를 잃게 해서는 안될 것이다.
진짜 민의가 어디에 있는가를 우리국민은 그동안 보여왔던 위대한 민주역량으로 다시 한번 용기를 갖고 가꾸어 가며 선거를 통하여 엄정한 심판을 해야 할 것이고, 선거가 공정하게 관리되는가를 철저히 감시해야 할것이다.
이 정치의 계절에 기도하는 마음으로 진정한 민주정부의 출범을 간구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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