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과 글에 대해 남다른 애정을 갖고 한글 발전에 선구자적 역할을 맡아온 바있는 우리 교회 안에서도 이같은 현상은 예외일 수가 없다. 복음화 3세기를 향해 보다큰 노력을 경주해야 하는 중요한 이 시점, 교회안에서 아직 잘못 사용하는 용어와 말이 있다면 교회의 용어가운데 바로 잡아야할 말과 용어들에 대한 꾸준히 연구 정리해온 한글 학회 허종진 연구원의 제언을 시리즈로 소개한다.
<편집자註>
이제 지난일로 되어역사 속에 묻혀버린 일이 되어가지만, 한국순교복자들의 시성을 위한 호칭기도가 각교구별 또는 본당별로 뜨겁게 울려 퍼지고 있을때 웃지 못할 몇가지 이름들이 있었다. 그 가운데 하나가「아지」「대아지」였다.
그때엔 기계적으로 기도를 바치면서도 마음속으로는 조선시대에는 여자를 천히 여기고 낮춰보던 풍습으로 말미암아 이름을 그렇게 지었으려니 했으나「대아지」라고 할 땐 아무래도 석연치가 않았다. 자꾸만「돼
지」가 연상되었기 때문이다. 뒤에 그것이「중국글자」의 장난(?) 때문이었음을 알았지만 선조들의 글살이(글자생활)를 깊이 살펴보지 않고 지금의 처지에서 경솔하게 신앙선조의 이름을 다룬 결과였음을 알게 되고서는 기가 찰 노릇이었다.
제조상의 이름을 빛내지는 못할망정 욕되게 한다면 후손인 도리가 아닐 것이다. 뒤에 바로잡아진 것도 있지만 지금도 우리가 잘못 알고있는 점이 있어 그보기를 들어 풀이하고자 한다.
박해를 받던때 우리말이나 들온말을 한글로만 적었다면 아무 문제가 없겠지만 굳이 한자로 적을때 그 방법은 군두목과 취음의 두가지로 생각해볼 수 있다.
<표1>에서 「아지」는 취음이고「대아지」는 군두목식적기이다. 따라서 조상들의 글살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한자의 소리대로 오늘날의 사람들이 한글로 옮기다보니「아지」「대아지」가 될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표1> 취음과 군두목으로 적기
한자 |
한글 |
바로잡음 |
세례명 |
金阿只 |
김 아지 |
김 아기 |
막달레나 |
朴阿只 |
박 아지 |
박 아기 |
바르바라 |
韓阿只 |
한 아지 |
한 아기 |
안나 |
朴大阿只 |
박 대아지 |
박 큰아기 |
마리아 |
<표2>에서 보기들은 성인들의 세례명을 처음으로 적은것을 한국 이름으로 착각하고 있는 경우이다.
중국에서 세례명 Rosa를「羅酒」로 적은데 비해. 우리 선조들은「老沙」로도 적었고 Lucia는 중국에서「路瀉亞」로 적었지만 우리는「累時阿」로도 적었을 뿐이다.
이것을 깨닫지 못하고 한글로 옮겨적을 때 첫소리 법칙까지 적용하여 적은 것이「노사」「누시아」이다. Julietta의 적기도 마찬가지이다.「나백다록 베드로, 정아각백 야고보」하고 호칭 기도를 바쳤지만 그것을 달리말하면 우리는「나 베드로 베드로, 정야고보 야고보」라고 한 것이다.
그 까닭은 베드로는 한자로「伯多緣」이고 야고보는 한자로「雅各伯」으로 적기때문이다.
한편 다블뤼 신부님의 한국 이름은「安敦伊」라서 성은 安이고 이름은 敦伊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그분의 세례명인 안토니오의 취음일뿐이다.
중국에서「安當」으로 적은 것과 같은 경우이다. 그것도 모르고「안돈이 안토니오」라고 했으나 그것은「안토니오 안토니오」라고 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실제로 옛날의 한글판「성교공과」에 서명되어 있는 이름은「안 안돈이」또는「안 아도니」로 되어있는 것만 봐도 알 일이다. 사주팔자가 나쁘다고 제 이름을 바꾸는 외인들은 주위에서 보았으나 제 조상의 이름을 바꾸는 후손을 본 적은 없다.
그런데 우리들이 제 조상 이름을 바꾸는 몰상식한 후손이 될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표2> 세례명을 한자로 적기
한자 |
한글 |
세례명 |
金老沙 |
김 노사 |
로사(Rosa) |
金累時阿 |
김 누시아 |
루시아(Lucia) |
金琉璃代 |
김 유리대 |
율리에타(Julietta) |
羅伯多祿 |
나 백다록 |
베드로(Petrus) |
鄭雅各伯 |
정 아각백 |
야고보(Jacobus) |
安敦伊 |
안 돈이 |
안토니오(Antonius) |
<표3>의「召史」는 성의 아래에 붙여서「홀어미」를 일컫는말인데도 우리들은 그것이 이름인줄 잘못 알고있다.
제 할머니가 과부라고 남들이「이과부 유과부」한다하여 저도 다라서「이과부 유과부」하는 꼴을 머리속에 그려보라. 참으로 요절복통 할일이 아닌가!
거룩한 성인의 이름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하고 싶지는 않지만 잘못된 것을 안 이상은 바로 잡을 일이고 이런 잘못이 일어난 까닭을 곰곰히 생각해 볼 일이다.
제글자를 두고도 줏대없이 남의 글자 좋아하는 서글픈 겨레가 되지말자!
<표3>일컫는 말의 착각
한자 |
한글 |
세례명 |
李召史 |
이소사 |
아가다 |
柳召史 |
유소사 |
세실리아 |
<참고>
쇼사 (召史):<이두>조이
조이 (召史):<이두>양민의 아내. 상류계급이 아닌 사람의 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