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야, 오늘은 1976년 12월 19일 일요일이구나. 아침 6시 기상해서 7시 차를 타고 광양성당엘 가서 9시 30분 40년 만에 사죄실에 들어갔다.
누나야, 수녀의 동생이 40년 만에 고백소에 들어갔다면 창피한 일이지? 그러나 누나야, 누나 편지대로 부모에게 물려받은 신앙의 재산, 나는 누나의 그 편지를 받고 내 심중에 있는 루치페(악마)의 뿌리를 쫓아버렸다. 고백소에 들어가『신부는 죄인에게 강복하소서』하니 어디서 흘러나오는 눈물인지 사죄대 앞에서 한참동안 흐느껴 우니 신부님도 울고 예수님도 울고 성모 마리아도 울고 나의 수호천사도 울었다. 모두가 눈물의 순간이었다. 밖에서 기다리는 사람은 이상하게 생각했겠지. 얼마나 흐느껴 울었는지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이 외에 성찰치 못한 죄와 알아내지 못한 죄 그리고 남이 나로 인해 범한 죄도 있을 것이니 신부는 모두 나를 벌하고 사하소서. 아멘』하니 어찌 눈물이 나지 않겠나. 내가 14살 때 고백성사를 보던 그 생각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누나를 생각하니 40년 만에 고백소에 돌아온 것이 얼마나 부끄럽던지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누나야! 이제는 부모에게 받은 재산인 신앙을 간직하고 부모의 자식 마태오가 되고 수녀의 당당한 동생이 되었다고 자부할 때 얼마나 마음이 흐뭇한지 모르겠다. 나는 부모에게 태어나 14년 살고 40년간 죽었다가 수녀 누나의 재생의 따뜻한 손길에 76년 12월 19일 새로 소생한 영혼으로서의 영광을 얻게 되었다.
누나야, 이제는 자부한다.『나는 부모의 자식이요 수녀 누나의 동생』이란 것을…손에 받은 영성체를 가슴 속에 모시니 마치 캄캄한 어두운 밤에 나의 길을 비춰주는 등불처럼 나는 광명을 얻어 이제는 참다운 길을 잡았는 것 같다. 그래서 누나야! 이 카드에 멕시코 출신 신부님의 싸인을 받아 누나에게 전한다.
그러나 누나야, 누나는 죽어가는 동생의 영혼 시들어 병든 동생의 영혼을 소생시켜준 성녀요 다시없는 나의 영혼의 은인이지만 이 소생시켜 준 은혜를 나는 무엇으로 보답할꼬.
1976년 12월 19일 동생 마태오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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