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서품 때 나의 유일한 희망은 겨울에 냉방살이를 면했으면 하는 것이었다. 그 당시의 신학교 생활이란 엄동설한에도 벌판 같이 넓은 냉방에서 취침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10여년이 지난 오늘에 이르기까지 냉방살이를 면한 적이 거의 없다. 보좌신부 때의 냉방을 보고 교우들은「시체실」이라고 하였다. 이렇게 살아가면 신자들은 우리 신부가 열심하다 희생심이 많다 훌륭하다고 말한다. 겨울에 신부 방도 따뜻하게 해줄 생각은 아니하고 희생심 많은 것만 기특하게 여긴다.
희생심이 많은 신부를 보면 칭찬하고 신부가 편안하게 지내는 것을 보고는 희생하지 않으려면 무엇 때문에 신부가 되었느냐고 불평한다. 그러면서도 자기 아들은 애처러워서 희생하는 신부를 만들고 싶지 않다고 쉽게 말들을 한다.
신자들은 열심한 신부를 볼 때 보람과 용기를 얻는다.
신자들 중에는 어느 신부가 보기 싫어서 냉담했다는 사람도 있다. 신부도 나약한 인간이기 때문에(히브리 5:2) 어딘가 빈 구석이 있고 신자들에게 실망을 줄 때도 있다. 신부도 역시 신자들의 태도를 봐서는 사제직에 머물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우리가 서로의 결점을 보고 물러선다면 아무 것도 아니다. 서로 결점을 이해하며 서로 격려해야 할 것이다.
본당 신부가 강론 때 돈 이야기를 한다고 불평하는 신자가 있다. 돈 걱정에 흥미가 있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돈 걱정을 안 할 수 없게 만들어 놓고서 걱정한다고 불평하는 것은 참으로 속상할 일이다. 돈 걱정 없이도 교회의 기본 운영이 가능하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의 주님이시요 스승이신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를 공경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지나치는 사람이 많고 또 균형을 잃고 있다.
「성경을 모르는 사람은 예수 그리스도를 모르는 사람이다」라고 예로니모 성인이 말씀하셨는데 우리 신자들 중에서 성경에 대해선 아무 것도 모르면서도 성모께 대해선 아는 것이 풍부한(?) 사람이 많다. 성모님은 성령의 도구로서 주님의 소명에 충실하신 분이었다. 성경에는 성모 마리아에 대한 기록이 많지 않다. 거기서 성모 공경에 대한 많은 이론들을 확대시켰고, 성모 신심 행사가 풍성하다.「마리아교」라는 욕을 먹을 만큼, 또한 성모 심신행사에는 모든 이가 너그럽고, 개방적이고, 아름답게 본다. 그러나 마리아로 하여금 동정녀로서 예수 그리스도의 모친이 되게 하신 성령께 대해서 말하고 기도하는 사람들을 이상하게 보는 사람들이 있다.
성령이 없으면 믿음도 세례도 견진도 없을 것이다. 성령에 의해서 예수는 주님이시요 하느님을「아버지」라고 고백할 수가 있다. 우리 신앙인은 모두가 성령으로 세례를 받은 것이다. 그러므로 성령께 신심을 갖고 기도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따라서 성령운동을 비방하는 사람은 자신도 그 성령을 받았음을 생각하고 성령운동에 참여하는 사람은 비난받지 않도록 단정하게 기도하며 성령을 자기들의 전용물인 듯이 생각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예수께서는 그 당대의 세대가 변덕스러움을 장터에서 노는 아이들의 장난으로 비유하신 적이 있다. (루까 7ㆍ31~35) 요한이 단식한다 해서 미쳤다하고 예수님은 먹는다고 그들은 비난했다. 오늘을 사는 이 세대의 신앙인인 우리도 그런 변덕을 부릴 때가 많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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