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서울서 열린 인성회 교구 대표자 회의는 금년 사순절부터 전국적으로「사순절 자선모금」을 실시키로 결의하고 이의 시행을 주교회의에 건의, 주교 상임위원회가 주교들의 서면 동의를 얻어 금년부터 실시키로 했다고 한다. 이 소식은 매우 바람직하고 고무적인 사실이다. 사순절은 원래 희생과 보속의 때이고 또 불우한 이웃에 사랑을 실천하는 계절이기도 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 교회는 이의 실천에 있어서 이제까지는 무계획적이고 산발적이어서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 대한 사랑 내지 구호의 손길이 좀 더 상시화하고 체계화되어야 할 필요성에 대해서는 본란에서 이미 수차 언급한 바가 있었던 것이다.
오늘날 일반 사회 현상으로서도 불우이웃돕기운동이 해를 거듭함에 따라 거의 정착화되고 있는 현실은 매우 소망스러운 일이다. 이때에 교회가 사순절 본래의 뜻을 살려서 미소한 이웃에 대한 사랑의 실천운동을 일시적이 아닌 환구적 사업으로 작성 실시한다는 것은 진정 획기적인 사업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사례는 일찌기 한국의 우방교회인 오지리 부인회의 사순절 이웃 나라 교회돕기운동에서 볼 수 있었다. 그들은 매년 사순절 동안 대소재를 지켜서 모은 기금으로 세계 각국의 선교지방 교회를 도와주고 있고 한국 교회는 특히 여러 형태의 사업에 막대한 도움을 받고있다는 사실을 잊을 수 없다. 우리 교회도 지금은 남에게 의존만 하는 유아기를 지나 성인의 단계에 이르고 있다는 것을 자각할 때가 온 것이다. 금번의「사순절 자선모금」운동은 마치 오지리 부인회의 자선운동을 한국 교회가 스스로 실천할 만큼 성숙되었다는 증거라고도 볼 수 있다.
사순절은 고심 극기하면서 희생과 보속을 바쳐 사랑을 이웃에 베푸는 것이 그 본래의 정신이다. 이와 같이 희생 없이는 사랑을 할 수 없는 것이고 동시에 사랑이 없는 희생도 무의미한 것이다. 또 한편으로 사순절은 예수의 고난과 죽으심을 신자들이 실생활로서 체험하면서 부활절의 기쁨을 대망하는 시기인 것이다. 이것은 바로 희생과 고통을 통해서 사랑의 기쁨을 맛볼 수 있는 것과 같은 의미이기도 하다.
인성회가 설립된 지 오래지도 않은 이때에 이미 그와 같은 구체적 성안이 이루어졌음에 대해 거듭 경의를 표하면서 교회 안에 성직자ㆍ수도자ㆍ평신도 전반에 걸쳐 이 사업에 적극 호응하여 유종의 미를 거두기를 간절히 바라는 바이다. 시작이 반이고 또 첫 출발이 장래를 결정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이 운동의 시발에서 각계각층 신자들의 특별한 각성이 요청된다.
다만 인성회의 실시 방법에 대해서 한두 가지 우견을 부쳐서 주마가편의 노파심을 피력하고자 한다.
첫째는「세째 금요일인 3월 18일에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가 대재를 지키고 그 희생의 몫을 자선사업 기금으로 헌금키로 했다」고 하는데 이것을 사순절 기간의 매금요일의「금육」희생을 포함시키는 것이 좋을 것 같이 생각된다. 왜냐하면 근래 사순절 생활이 너무 완화되었기 때문에 사순절의 의의가 희박해가는 것을 다소 소생시키는 계기도 될 수 있고 헌금도 점진적으로 관심을 높여 세째 금요일에 절정에 오르게 하는 것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는 모금액의 사용 배분의 문제이다. 전 모금액의 95%는 교구가 교구 단위의 자선사업에 사용토록 배분 원칙을 세웠다고 하는데 이에 대해서도 전국 규모인 주교회의 자선 개발 기구인 인성회에 배분할 부분을 좀 더 증대하는 것이 보다 유기적이고 효과적일 것으로 사료된다.
또 한편으로는 교구 단위의 배분에 있어서도 교구 내의 본당 단체별에 대한 일정한 배분 비율이 미리 결정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것은 각 본당 단체들의 자선사업에 대한 창의성과 모금의 의욕을 증대시키는 데 효과적이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교회는 그리스도로부터 사랑의 새 계명을 받고 있기 때문에 사랑을 실천함은 신자들의 자유가 아니고 오직 의무인 것이고 또 사랑은 크리스찬의 표지요 증거인 것이다. 오늘의 교회를 볼 때 사랑은 행동이 없는 공염불에 그치는 경우가 많음에 대한 세상의 도전을 받고 있고 또 우리 스스로도 반성하는 바이다. 이때 바로 금년 사순절에「교회 안에 사랑이 있다」는 표지를 드러내고 세상에 그리스도의 사랑을 증거할 좋은 기회가 되기를 거듭 촉망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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