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인간에게 언도된 죽음의 선고.『너는 먼지니 다시 먼지로 돌아갈 것이니라』창세기 3장 19절에 있는 말씀이다. 이 말씀은 산 같은 고분을 발굴했을 때 더욱 실감이 난다. 금빛 찬란한 각종 장식물과 노리개들만 죽은 이의 영화를 일러줄 뿐, 그 육체는 간 곳이 없다. 대부분의 고분은 그 주인공의 이름조차 모른다. 어쩌면 그것이 당연한 귀결일 것이다. ▲이러한 귀결을 애써 거부하며 안간힘을 쓰는 것이 인간의 상정일까. 월간잡지 신동아 2월호에 게재된 화보「호화분묘」는 경악과 분노와 연민을 교차케 한다. 성역을 방불케 하는 방대한 임야 속의 고궁 같은 묘역, 사당인지 불전인지 기념관인지 병장인지 알 수 없는 웅장한 건축물, 망부석 석등 호상 석탑 장군석 해태 등 석조물, 인공 연못에 水上누각, 수영장 테니스코트 동물원…. 억대의 비용을 들인 묘역답게 위품들이 당당하다. ▲재의 수요일. 사제들은 교회 안에서 신자들의 머리 위에 재를 얹어주며 이런 성귀를 일러준다.『사람은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십시요』. 아, 성귀는 가난하고 착한 신자들에게만 일러줄 말씀이 아니다. 호화 분묘의 위품들을 보면 이 성귀를 한 번쯤 반드시 들어야 할 대상이 따로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대상들은 교회 안에 있지 않고 너무 멀리 있는 것 같다. ▲이 성귀를 들려줄 만하고 들려줘야 할 위치에 있는 신자가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너무 무력한 것 같다. 사탄의 유혹과「황금 송아지」의 마력을 뿌리칠 진정한 용기도 없어 보인다.「호화 분묘의 현실」이 그것을 웅변한다. 이렇게 생각하면 이 성귀는 1년에 한 번만 들려줘야 할 성질도 아닌 것 같다. 그만큼 회개와 극기, 겸허한 봉사 희생과 자선의 정신이 절박하게 요구되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오늘 23일 재의 수요일부터 사순절이 시작된다. 사순절은 물론 주님이 광야에서 40주야를 단식한 것을 특별히 기억하는 기간이다. 이때를 맞추어 인성회(仁成會)는 우리나라 교회 사상 처음으로「사순절 자선모금」을 실시하도록 주교회의에 건의했다. 이 운동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정신혁명에 커다란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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