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자매님들께 너그러운 사랑의 손길을 부탁코자 몇 자 적어봅니다.
여기는 경남 거제군 하청면의 신현본당 관할 하청공소입니다. 공소건물은 50년 전에 지은 것인데 말이 공소이지 다 쓰러져가는 움막입니다. 이렇게 건물이 초라하다보니 이 지역 젊은이들은 천주교를 거들떠보지도 않습니다. 더군다나 교우라 하더라도 믿음이 약한 사람들은 발을 끊는 경우가 많고 심지어는 시설이 좋은 개신교회로 기웃거리는 실정입니다.
사람을 외모로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하물며「진리의 교(敎)」를 어찌 건물로 판단할 수 있겠습니까.
2백 년 전 그 모진 박해 속에서 신앙을 고이 간직하기 위해 첩첩산중으로 숨어 움막을 지어놓고 예절을 바쳤던 우리 신앙선조들을 생각하면, 오늘날 이 좋은 세상에서 겉만 찾고 믿음이 약해진 형제들을 볼 때 눈물만 흘러내립니다.
그러나「진리」를 제대로 깊이 받아들인 교우들은 예나 지금이나 어떠한 풍파에도 끄떡없습니다. 우리 몇 명되지 않는 공소신자들만 이라면 다 쓰러져가는 움막이면 어떻고 허허벌판이면 어떻습니까.
하지만 보기 좋은 것을 좋다하고 흉한 것을 싫다하는 오늘날의 세태만 탓 하고 앉아 있을 수만은 없었습니다.
그들의 영혼과 평화가 오히려 걱정스러워서 삽을 들었습니다.
올 1월부터 공소형제들은 모두 허리띠를 졸라매고 비누도 팔고 참기름도 팔며 우리 손으로 성전을 지어보겠다고 사방으로 손수레을 끌고 다녔습니다.
하지만 이것으로는 어림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내 우리는 공동체의 힘을 빌리기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본당신부님을 비롯하여 본당 내 여러 형제들의 협조를 얻어 3월부터 좀 더 체계적으로 공소 신축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멀리 떨어진 다른 교구의 본당에까지 협조를 구하러도 갔으나 교구나 다르다는 한 가지 이유로 쓸쓸히 돌아서는 때마저 있었습니다.
우리 천주교는 어딜가나 하나여서 여행 때 아무런 부담 없이 가까운 성당에 가지 않습니까? 바로 모든 천주교인들의 또 하나의 성전이라 생각하시고 벽돌 한 장씩이나마 보내주시면 감사 하겠습니다.
※신현본당 전화 : (0558) 2-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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