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6일 먼동이 트기도 전(前) 잠결에 들리는 바깥의 요란한 소리에 놀라 일어나 창밖을 내다보았다. 시가지에 줄을 이어 행진하는 이곳 시민들의 환호소리는 바로 20년의 독재정치가 무너지는 요란함이었다.
『마부하이(만세)! 마부하이! 』하며 자유와 정의, 평화와 기쁨이 넘치는 시민의 깃발은 동트는 새벽하늘에 수를 놓고 있었다.
『아! 하느님의 기적이 일어나고 있구나. 아! 민주화의 물결이 출렁거리는 구나』하며 나도 모르게 밖으로 뛰쳐나가 그들과 함께 기쁨의 행진을 나누었다.
탱크와 군대의 진격도 민주화의 열기 앞에서 무기력해졌다. 화해와 사랑의 포옹만이 모두를 하나로 뭉치고 있었다. 바로 하느님의 현존이 함께하는 그런 순간이었다.
사랑의 종소리가 교회마다 울려 퍼지고 감사의 기도가 방방곡곡에서 메아리쳤다.
먼 옛날 이스라엘이 이집트의 폭압에서 신음할 때 야훼 하느님은 홍해의 기적을 통해 선민 이스라엘을 이집트의 압제에서 해방시켜 정의와 평화의 상징인 복지 가나안으로 인도하셨다. 그러한 야훼 하느님의 기적은 최근 이곳 필리핀 국민들의 마음 안에 일어나 독재자를 추방하고 자유 민주주의를 향해 돌보고 계신다.
그러나 해방된 필리핀은 아직도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공산주의(NPA)의 만행, 빈부격차, 경제의 침체, 공직자 부정부패 등이 산재해있다.
필리핀인(人)들은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반드시 세계의 모범을 보여주리라고 나는 굳게 믿는다.
왜냐하면 그들은 하느님을 믿고 있으며 하느님 안에서 희망하며 하느님 안에 사랑의 실천을 기본으로 하고 있는 크리스찬들이기 때문이다. 오늘도 그들은 열심히 기도하며 일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보다 훌륭한 민주화의 미래가 여러분과 함께 하기를 희망하며 이글을 씁니다. 부디 열심히 기도하시고 오늘날의 현실에서 하느님이 원하시는 각자의 소명을 다시 한 번 깨달아 잘 실천하기를 기원합니다. 진인사 대천명(盡人事 待天命)!
상하의나라 필리핀에서.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