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생활 중에 가장 힘든 훈련이 무엇이냐고 질문하면 십중팔구 유격훈련이라고 대답한다. 그런 고통스러운 훈련을 두 번씩이나 겪게 되는 것이 유독 군종신부들의 차지가 아닐까. 유격훈련을 받는 신부들 면회한 K주교님께서『다음부터는 면회를 하지 않겠다.』고 하셨다. 그것은 신부들의 모습이 너무 애처러워서이다.
내게도 유격훈련은 예외는 아니었다. 총을 어깨에 메고 군장을 짊어지고 무등산을 넘는 20여 시간의 행군이 유격훈련의 첫 장이 되었다.
6월 초순 새벽 2시의 공기는 신선했다. 그러나 훈련이 시작된 얼마 후 비 오듯 흐르는 땀방울은 옷을 걸을수록 휴식과 불만이 간절해 오는 것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물이 바닥이 나면서 옆 사람에게 물을 나눠준 것이 몹시 후회스러웠다. 심한 갈증과 쓰러질 것 같은 몸을 겨우 지탱하면서 한발 한발 옮겨 놓을 때 마다 숨은 턱에 차 올라왔다.
무등산 정상을 넘기도 전에 나보다 더 기진맥진에 있는 P신부에게『내가 대신 총을 메고 가겠다.』고 했다.『형도 힘든데 어떻게 제 총까지…』라는 것을 뺏다시피하여 어깨에메고 걷기 시작했다. 결국 우리는 무등산을 무사히 넘는 기쁨을 얻었다.
동양의 격언 중에 슬픔은 나눔 누면 반으로 줄어들고 기쁨은 나누면 배로 증가한다고 말에 공감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인간은 자기가 처한 상황 속에서 각자 나름대로 타인과 나눔의 생활을 할 때만이 진정한 행복과 기쁨을 얻게 되는 것이리라. 자기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은 삶은 자신을 불행하게 만든다고 본다.
교회 안에서 이런 말을 자주 듣는다고 본다.
교회 안에서 이런 말을 자주 듣는다. 『지금 나도 어려운데 어떻게 남을 도울 수 있겠는가. 형편이 좋아지면 돕겠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죽을 때까지 남을 도울 수 없다. 이유는 물질적인 만족에는 끝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풍족할 때 다른 사람을 돕는 것은 하나의 동정과 적선이 되기 쉽다. 참된 나눔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웃과 나눌 수 있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다.
몇 달 전 S성당이 뜻밖에 화재를 당해 성당복구에 필요한 모금을 할 때 생긴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여유가 있는 어느 병원장은 30만원을 내고 당당한 표정을 하였는가 하면, 궁핍한 생활을 하는 할머니께서는 50만원을 내고도 부끄러워하시며 겸손한 태도를 보이셨다는 것이다. 이기심에 빠져 사리사욕을 추구하는 사람을 보면, 조개껍질로 바닷물을 다 퍼 올릴 수 있다는 사람처럼 어리석게만 보인다.
우리가 보다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웃을 위해 더욱 봉사하며 남을 돕고 나누는 생활이 되도록 노력해야겠다. 그리하여 마침내『나는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다』는 그리스도의 말씀을 실천하면 제 2의 그리스도가 될 수 있지 않겠는가. 「아가씨」의 성 프란치스꼬의 평화의 기도가 떠오른다. 주여 나로 하여금 위로받기보다는 위로해 주고/이해받기 보다는 위로해 주고/사랑받기보다는 사랑해 하소서/우리는 아낌없이 줌으로써 영원한 생명을 얻기 때문입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