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神父)가 부인 신자들의 피정지도를 한다. 가정생활을 이야기하고 부부싸움을 이야기하고 남편의 심경, 아내의 속마음을 소상히 설명을 한다. 왜 싸우게 되는지, 어떻게 싸우는지, 어떤 말로 싸우는지, 모르는 게 없이 각자 자기의 속사정을 거울처럼 들여다보는 듯이 쪽집게 같다고 탄복을 한다. 그래서 저 신부 전력(前歷)이 수상하다고 농담들을 한다.▼가르멜 수녀회라면 봉쇄수도회로 유명하다. 옛날 같으면 한번 들어가면 두 번 다시 얼굴도 못보고 죽어서야 나올 수 있는 곳이었다. 요즈음 규칙이 많이 완화되었다지만 그래도 바깥 세상과는 담을 쌓고 사는 수도자들이다. 그런데 여기에 갇혀 사는 수녀들이 바깥 세상을, 세속에 묻혀사는 교우들보다 더 잘 알고 있다. 정치사정, 경제사정, 타락한 세속의 모습, 심지어는 어느 누구의 스캔들까지도 남 먼저 알고 있다. 참으로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신부님, 혹시 결혼경험이 있으신게 아닙니까? 아니고서야 어떻게 여자와 살아 본 듯이 여자마음을 그렇게도 잘 압니까?』대답이 더 걸작이다.『신부는 쓰레기통 아닙니까?』온갖 사람들이 찾아와 안하는 이야기가 없다. 더구나 온갖 잡스런 행동을 하던 이야기, 신세타령 억울한 하소연, 변명 늘어놓는 소리 등 다 들어 주다보니 자연 모르는 게 없어졌단다. 요즈음 세상은 돈 없이는 출세 못한다며 세상이다. 그런데 어쩌겠나, 그런 건 남자보다 여자가 앞장서야 한다고 오히려 코치도 해 준다。▼신세타령도 좋고 하소연도 좋다. 그래서 억울한 사정 면해달라고 미사도 바치고 기도도 청하고, 다 좋은 일이다. 하지만 남을 헐뜯거나 모함하는 말은 삼가자. 또 한 가지 찾아오는 사람마다 이야기를 들어주고 위로해 주고 격려해주고 또 충고도해주고 타일러주고, 다 좋은 일이다. 그렇지만 그 사람들의 일방적인 이야기만 듣고 그 누군가를 단정적으로 나쁘게 보거나 비평한다는 일은 더욱 잘못된 일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