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 쓰고자 하는 이야기는 우리의 과거에 있었던 일이다. 그러나 천주성의 시간적 무한성을 생각할 때 우리 인간의 유한성을 과거나 현재 미래 등 다른 역사적 시점으로 생각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지난 이야기라고 해서 현재와 전연 관계없는 것으로 생각할 수는 없다.
◆장학금은 깨끗한 돈이어야
우리 사회에는 어느 때부터인가 각종 장학제도가 그 수나 종류별로 우후죽순처럼 늘어났다. 그중에는 경의를 표하고 쌍수를 들어 환영해야할 장학금제도도 있지만 파렴치한 장학금제도도 있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특히 부정축재를 한 후 사회의 이목이나 비난이 두려워 자의를 가장한 타의에 의해 설립된 장학재단 등이 이들의 범주에 속한다. 그 사람이 혁명이나 정치, 공무원이나 외유 이외에는 별로 돈 버는 사업을 한 일이 없고 그럴 시간적 공간적 여유도 없었던 사람이 몇 년 사이에 거부가 되어 그 일부를 자의 아닌 타의에 의해서 장학재단설립에 기증했다고 생각되는 경우 과연 이 부정한 장학금을 받아야 하는가?
진정한 장학금제도란 고귀하고 숭고한 인고와 노력과 희생과 봉사로 모아진 재산으로 어려운 역경에서 입지 노력하는 학도와 연구기관에 쓰이도록 하는 것이 장학금제도의 진면목이며 본래의 사업목적일 것이다. 궁한 처지에 이것저것 가릴 수 있겠는가.
배고픈 처지에 반찬 타령할 수 없겠는가 식의 반문조의 논리도 있을 수 있지만, 장학금의 원조를 받는 개인이나 연구기관은 그 장래가 촉망되고 개인이나 사회, 국가를 위해서 정직하고 성실하게 봉사하고 일하고 발전하여 민족의 장래, 국가의 장래를 바르게 이끌어갈 역군들이다.
만약 이런 숭고한 국민의 기대를 받고 있는 사람들이 불순하고 불결하고 부정한 돈의 뒷받침으로 공부하고 사회에 나왔을 때 과연 그 결과는 어떠할지… 이런 종류의 장학금을 거절할 수 있는 슬기로운 없는 자의 용기가 필요하다.
◆일개관료가 거부(巨富)된 까닭은
『쇠에서 생긴 녹이 쇠에서 나서 쇠를 먹어 들어가듯』부정한 사람에게서 나온 부정한 돈으로 학문하고 연구한 사람은 이 사회의 독버섯 같은 존재로 되기가 일쑤다. 이런 종류의 장학금에 대해서 사회나 언론은 침묵만 지켜야 하는가? 침묵은 고사하고 찬양 할 수 있는가?
한 사립대학 교수의 말이다. 학교 당국에서는 소위 민주화 운동권 학생들의 주동자를 무마하기 위해서 장학금을 지불하는 예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정부도 여러 가지 형태의 융자나 장학금으로 학원을 공부하는 분위기로 조성하려 시도하고 있으나 뜻대로 되지 않는 것 같다. 역시 장학금제도는 깨끗한 돈으로 깨끗한 학문과 인격을 닦는 사람을 양성하는데 쓰여지는 게 원칙이며 도리이다.
『돈이면 다-다』하는 사고방식은 이미 낡은지 오래되지만 아직도 우리들의 생활 속에 뿌리가 깊다. 이와 관련해서 우리의 사회악을 조장하는 풍토적인 고질현상으로 권력도 높게 쥐고, 돈도 재벌급으로 갖고 싶고, 학력도 최고로 갖고 싶어 하는 3고(高)현상이 있다.
권력을 쥐면 재벌급의 거부가 되어야 하고 그 다음에는 학력도 박사학위정도를 가져야 한다는 유치한 욕심과 발상이 특히 해방 후 우리사회의 근원적인 부정부패 불신의 원인적 역할을 했음을 누가 부정하겠는가! 우리 다 같이 생각해보자.
해방 후 정치적 권력의 정상이나 그 언저리에 머물렀던 사람들, 일개 관료에 불과했던 그들이 어찌하여 당대에 거부가 되고 그 권력과 돈의 위력이 함께 하여 민초위에 군림했는지, 우리들 머리 속에 아직도 그들의 이름과 모습이 생생하다.
어찌 4ㆍ19, 5ㆍ16, 10ㆍ26…의 정변과 사건이 안 일어나겠는가. 박모씨의 미국회의원 로비사건을 생각해 보자. 국회의원에게 몇백불~몇천불의 주었다는 협의로 미국조야나 언론이 얼마나 떠들었는가.
당시 어떤 사람들은 그까짓 돈 몇 푼 안 되는 것 갖고 웃긴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들이 생각하는 천문학적 숫자와는 비교도 안 되니까 말이다. 반면에 우리는「워터게이트」사건을 아직도 기억한다.
우리나라 같으면 다반사로 여길 수 있는 도청사건을 가지고 세계 초대강국의 대통령이 그 권좌에서 훌훌히 떠나는 그 정치풍토를 잊을 수 없다.
대통령직을 떠나는 사람도 훌륭한 민주시민이지만 또한 그 사람을 권좌에서 떠나게 한 국민이나 언론도 부러울 정도로 훌륭하다. 이웃 필리핀에서는 20년 독재를 해오던 마르코스가 비굴하게 떠났다. 우리가 같이 살고 있는 지구상의 일이다.
◆개헌의지는 하느님 뜻
권력이 곧 돈이요 돈이 곧 권력의 시녀로 생각하는 당신들은 개헌 때마다 약한 선비학자와 교수들을 하수인으로 이용해서 무엇을 만들어 냈는가. KBS 시청료 납부 거부운동만 해도 리비아의 사건까지도 상세히 보도하면서 국민이 알아야 할 것은 공정하게 보도를 못하는가 안하는가. 왜 우리 국민의 심정을 답답하게 하는가.
또한 개헌서명운동이 사회의 안녕질서를 문란케 하고 대중을 선동한다고 으름장만 놓지 말고 호헌서명운동을 벌여 보는 게 어떻겠는가. 하루 아침에 백만 십만의 서명을 받는 것은 문제가 안 될 것이다.
그러나 개헌의 의지는 국민의 마음속에 하느님과 같이 거한다고 믿는다. 주여! 이처럼 우리의 정치경제 사회 안보 등의 현실이 어렵습니다. 버리시렵니까. 택하시렵니까 부활하신 예수님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계십니까.
◆주님, 응답하소서!
우리들의 마음속에 계십니까. 우리는 항상 무한하신 당신의 자비와 도량만 기다려야 합니까. 이 작은 유한의 지구위에 당신의 자비와 어긋나는 비참한 현상을 끝내 당신의 시공적 무한성으로만 다스리겠습니까.
이제 임하소서. 보소서. 그리고 구하소서 주님! 왜 응답이 없으시나요. 언제까지 우리는 그날의 무언가를 기다려야 합니까. 예수님은 청력도 시력도 무한히 좋으신 줄 압니다.
우리 지구상의 현실을 보시고 들으소서. 인류의 소원을 이루어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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