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0일 오후 5시경 안동교구 점촌성당 지하 교리실에서 때 아닌 고함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날 문경지구 사목협의회가 개최한「제2회 광부들의 잔치」에 초대된 광산근로자 대표 10여명과 지구 내 6개 본당 신부 및 신자대표가 간담회를 갖고 있었는데.
넥타이를 맨 정장차림의 말쑥한 30대 초반의 젊은이가, 『우리들이 이렇게 문제만 나열하기보다 무언가 결속을 다지는 계기를 만들어야…』라는 요지의 발언을 채끝내기도 전에『당신 누구야?』『정체를 밝혀라』는 고함소리가 튀어나왔다.
그 청년이 『○○광업소 현장근로자』라고 하자 또 다른 광산근로자들이『당신은 간부사원이 아니냐?』며 한 신부(神父)를 보고『선생님, 나는 저 사람과는 대화를 못 하겠습니다. 저 사람을 내보내든지 아니면 제가 퇴장하겠습니다.』며 격한 말들이 오갔다. 「정장차림」에 대한 현장 근로자들의 심한알레르기 반응이 이렇게 표출됐다.
계속되는 채탄작업의 심부화(深部化)로 점점 땅속 더 깊은 막장에서 일 해야 하는 광산근로자생활의 고달픔이 간부사원들을 적대시 하는 데까지 이르도록 만드는 것 같았다.
사회자를 무시한 말다툼으로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또 다른 신부가 겨우 발언권을 얻어『여러분의 문제는 여러분 스스로가 해결해야 됩니다. 저기 앉아있는 기자도 해결해 주지 못 합니다』라고 말하고『광산근로자 여러분들이 계모임을 통해 만나는 것에도 많은 제약이 있는 줄 압니다. 그렇지만 우리 교회 안에서 모임을 가질 때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며 이번 두 번째 광부들의 모임을 계기로 교회 안에서 서로 만날 수 있기를 희망했다.
돌아오는 길에도 한 광산근로자의 애달픈 하소연이 머리속을 떠나지 않고 맴돌았다.
『제 나이 30인데 너무 억울합니다. 애들도 둘이나 되는데 생계비와 사회복귀생활을 보장받을 수 없습니까?』지난해 4월 문경 ○○탄좌 막장에서 작업 중 허리를 다쳐 겉모습은 멀쩡하지만 노동능력을 상실한 김모(某)씨.
『위장병도 회사에서 책임집니까?』라는 냉담한 답변을 들었다고 김 씨는 털어놨다.
소외당한 광산근로자들에게 교회가 이렇게 관심을 가져주어 자부심을 느끼면서도, 버림받고 억울한 이웃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기를 달리는 버스 안에서나마 잠시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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