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아, 무엇이 좋고/주님께서 너에게 무엇을 요구하시는지 밝혔으니/바로 정의를 행하고/인자(仁慈)를 사랑하며/하느님과 겸손되이 걷는 것이 아니냐」-이 성귀는 지난 1월 20일 지미ㆍ카터씨가 대통령 취임 선서를 할 때 펼쳐놓은 성서 구절로 더욱 유명해졌다. 이 성귀를 전해 들은 대부분의 가톨릭 신자들은 적잖게 당혹했을 것이다. 웬만한 신자는「마이카」라는 말은 들었어도「미카」라는 말은 듣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성서는「신앙의 최고 규범」인데 춘추 2백 세를 눈앞에 둔 교회가 우리말 성서를 다 갖추지 못했다니! 이렇게 한탄하는 심경을 달래주기나 하듯 최근 서인석 신부가 역주(譯註)한 구약「호세아ㆍ미카」서 초판이 2월 10일자로 발행되었다. 서 신부가 한국 천주교 전래 2백주년 기념사업으로 구약성서를 번역하고 있다는 소식은 보도를 통해 이미 알고 있었지만 발간 된 성서를 접하고 보니 한결 반갑고 대견스럽다. ▲개신교 측에선 이러한 성서들을 모두 번역한 지 오래다. 번역만 하였을 뿐 아니라 성서를 생활화하고 전하는 열성이 가톨릭 교회를 앞지르고 있다면 과문한 탓일가. 전래된 지 1백 년이 채 안 되는 개신교의 교세가 4백만이 넘는 원인을 멀리서 찾을 필요가 없는 것 같다. 그것은 성경을 가까이 할 수 있는 기회가 많기 때문에 나타난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우리 교회에 서인석 신부와 같은 용단과 노력의 결실이 20년만 빨리 왔더라도 상황이 많이 달라졌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제2차「바티깐」공의회 덕분에 우리 교회는 개신교 측과 수년에 걸쳐 신구약성서를 공동 번역해왔다. 신약성서는 이미 출판되었고 구약성서는 금년 부활 때까지는 출판 준비가 완료되리라고 한다. 매년 출판물 보급 주일 헌금은 모두 이 사업에 투입되었다. 금년도의 헌금도 마찬가지로 이 사업을 위해 쓰여지게 된다. 드디어 금년 부활절부터 우리 교회는 우리말로 된 신구약성서를 모두 갖추게 되는 셈이다. ▲이제 누구나「끊임없이 성서를 읽고 열심히 연구하여 성서와 친숙」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다. 얼마 안 있어 누구나 아모스가 외친 정의, 호세아가 부르짖은 사랑, 이사야가 천거한 겸손에도 쉽게 자유로이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퍽이나 다행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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