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천주교 대사적지 미리내의 아침이 푸른 대문의 빗장을 따고 있다.
뽀얀 아침 안개속에서 조용히 그리고 조심스레 아침이 열려 온다.
미리내 겟세마리 동산에도 안개속으로 아침이 찾아왔다.
6시가 조금 지나 대건성당 성지순례단 일행은 아침 미사를 봉헌하기 위하여 겟세마니 동산에 모두 모였다.
미사준비를 하시는 수녀님, 미사해설을 맡은 이상배(미카엘) 형제도 엄숙한 표정들이다. 입당송 287장<성 안드레아 김대건 신부 노래>가 미리내 성지 가득히 근엄하게 메아리져 울려 퍼진다.
<서라벌 예터전에/연꽃이 이울어라. 선비네 흰 옷자락/어둠에 짙어 갈제,겨레의 찬란한 빛/그 몸에 담뿍안고,한떨기 무궁화로/피어난 님이시여.>
미사를 집전하시는 서정술(프란치스꼬) 신부님과 미사를 봉헌하는 순례단 일행의 모습도 한결같이 엄숙함을 넘어 장엄한 눈위기에 젖는다. 미리내 성지 겟세마니 동산에서의 아침미사는 우리 모두에게 두고두고 기억될 것이다.
미사를 마치고 겟세마니동산 앞에서 순례단 총무 손영권(도마), 짝지 전스테파노 형제와 함께 기념촬영을 한다.
예수님의 고뇌를 묵상하면서.
겟세만 동산에서 오른쪽으로 내려오면 돌 하나 던저도 닿을 만한 거리에 약속을 저버린 예수님의 제자들이 태평하게 잠자고 있다.
그들이 잠 자고 있는 옆바윗돌에 새겨진 글귀가 따끔하게 내 신앙의 가슴팍을 때려 준다. <왜 이렇게들 잠만 자고 있소? 유혹에 빠지지도 않도록 일어나 기도 하시오> 생각해 보면 성체성사를 받은 지가 십년이 지났다. 성가를 부르고 기도를 바치며 미사참례에 빠지지 않는다고 해서 평신도의 길을 충실히 걷고 있노라 자신할 수 있을까?
어쩌면 약속을 저버린 예수님의 제자처럼 깊은 잠에 빠진 쭉정이 내 신앙을 가슴 아프게 뉘우치는 순간이다.
차거워져 가는 내 신앙을 뜨겁게 일깨원 준 미리내의 아침을 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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