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오늘 토요일이지? 교리반에 꼭 가야하나?』뒤에 달고 들어온 친구와 해가 넘어갈때까지 놀았으면 하는 눈치로 여섯살박이 아들 녀석이 뻔히알면서도 물어오는 그 말속에는 『안가면 안되나?』하는 마음이 더 짙게 숨겨져 있음을 느낀다.
하지만 내 짧은 눈 흘김을 흠칫 의식하며 이내 『아냐아, 그냥 물어본거야. 갈건데 뭐…』 『너 공부는 왜 해야되지?』 『훌륭한 사람 되려고!』
훌륭한 사람이라는 말의 의미를 깊게 생각할 수도 없는 나이에 주워들은 풍월식으로 대답을 한다. 공부를 해야만이 글씨를 읽을 수 있다는 것쯤만 깨달았을때, 그훨씬 이전에 신앙 공부가 우선이라는 어려운 명령 (?) 이 억지처럼 들리지않게 하기 위해서 때때로 많은걸 연관지어 설명해준다. 우선 철따라 변하는 모든 자연의 섭리가 좋은 예가 되어 주어 그 나이에 맞게 얘기해주고, 어떤날 피곤함을 핑계삼아 저녁 기도를 게을리 하려다가도 말로만이 아니기 위해서, 부모 스스로 일상하는 행동으로 보이기 위해서라도 무릎을 끓곤한다.
네가 모든걸 배워 가면서 점점 커가듯이, 성당에 다니며 하느님을 믿고 따르는 생활이 무엇보다도 인간의 첫째 의무여야 한다고, 성당에 가기 싫으면 지금 유치원에도 이담에 학교에도 다닐 필요가 없다고 누누이 협박(?) 하며 교리반에 데려다 주고 이어지는 어린이 미사때 슬쩍 살펴보면 말 그대로 억지 춘향이가 되어서 아이들 틈에 끼어앉아 있는 모습이 아득한 느낌마저 준다.
교리시간에서 미사시간까지의 두시간반 정도가 그 나이엔 긴 건지 미사시간의 반은 체면 (?) 도 없이 앉은채로 고개를 등받이에 턱 걸치고 잠자고 있는 폼이라니… 정말 기가 막히곤 했었던 적도 한두번이 아니었다.
내가 어릴적엔 수녀님이 교리 끝나고 나눠 주시는 만화가게 티켓 때문에도 결석하지 못하곤 했었던 기억이 있지만, 학교를 자신이 가기 싫어 하는데 어떡하느냐고 무책임한 말과 태도로 내버려 둘 부모는 없듯이, 처음에는 떠밀어서라도 교리반에 가기를 거들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렸을때 교리반에 다니며 길들여지고 배우던 말씀들이 성장하면서 차츰 당연한 생활 그 자체로 몸에 배고, 깊이 박힌 뿌리처럼, 성인이 되어서도 좋은 밑거름으로 되어주지 않나 생각한다.
아이들에게는 평범하게만은 보이지 않는 분이 들려주는 얘기에 더욱 열중할수 있음을 생각해 볼 때 이곳은 작은 성당이라서 그런지 수녀님이 안계시는 점이 조금 아쉽다.
이제는 그래도 이 아이가 수중의 과자값을 나누어 헌금을 왜 해야 하는 건지를 이해할 수 있는 애가 되었고 미사시간에 졸지 않았다고 자랑스럽게 얘기하길 몇번인가- 장난은 할지언정 졸지는 않게끔 되었듯이, 앞으로 기나긴 세월을 제 스스로 조금씩 터득하며 자라리라고 기대를 하면서 아울러 엄마 역시 게으르지 않을것을 거듭다지면서 살리라.
자기 전에 주모경을 두손 모아 바치는 모습이, 비록 아직은 앵무새의 읊조림 같은 몸짓에 불과하지만, 무한한 축복의 세레나데로 가슴을 폭 젖게 함은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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