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한 친구가 찾아왔다. 매스컴을 타다보니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되고 그덕분에 옛 친구도 만나게 되는 것이다. 이 친구는 고동학교때 나와 레지오 활동을 했었다. 그때 얼마나 적극적으로 했는지 그저 나는 정신없이 그 사람의 활동보고를 듣고 감탄하곤 했다. 그후 그는 그림을 그에 어울리지 않게 좋아해서 곧잘 성당에서 미술대회도 열었고 그때마다 미술대회를 치를 만한 재원이 부족해서 쩔쩔매곤 했다. 한 마디로 일을 분수없이 벌이고는 뒷감당을 해내지 못하는 것이다. 내가 신학교에 들어왔을 때 그는 뒤늦게 자기도 수도생활을 해보겠다고 수도원에 들어와 함께 살게 되었다. 그러나 수도원에서도 역시 개성이 강하고 그러다보니 수도원 책임자와 마찰을 빚다 결국은 나가고 말았다. 그는 그후에도 비슷한 몇 군데를 더 다니다 나왔다고 한다. 그러던 그가 개신교를 찾아가 잠깐이나마 몸을 의탁했다가 아주 불교에 입문하고 말았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그곳에서 그의 개종은 크게 파문을 일으켰다고 한다. 타종교에서 천주교로 개종하는 일은 종종 볼수있어도 천주교에서 불교로 개종하는 일은 드물었기 때문이다 하여튼 그는 십수년동안 불교의 교리와 진리를 배우고 신도들이 많은 절의 주지로도 있었다.
그러나 그가 신도들에게 구원에 대해 가르칠 때마다 어려서 배운 천주교의 교리가 그를 괴롭혔다고 한다. 불교의 교리는 인간이 스스로 인간의 심층을 깨닫고 나서 부처(깨달은 자) 되는, 즉 자연종교 반면 천주교의교리는 하느님의 아들이 직접 인간 가운데 내려와서 인간을 구원하는 계시종교이기 때문에 하느님에 관해서는 후자가 일반인에게 더 쉽게 이해가가리라고 믿는다. 이 친구는 한편으로는 손에는 염주를들고 있어도 안주머니에는 늘 묵주를 넣고다니며 성모님의 보호를 구했다고한다. 이처럼 어려서 박힌 신앙은, 한번 주입된 신앙은 쉽사리 없앨 수 없는 것임이 분명하다. 수도원의 생활도 마찬가지이다. 어느 수도원이든 고유한 창립자의 영성이 있다. 일단 한수도원에 있던 사람이 다른 수도원에로 옮겨살때에는 정신적 갈등에 시달리게 되는것도 이런 이유에서이다.
그런데도 타종교에서 개종하는 사람이 천주교에서 나가는 사람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은 교리와 진리에대한 각자의 느낌이차이에서 오는게 아닐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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