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짝 웃는 모습이 참으로 보기가 좋다. 조금은 어색하고 서먹한 몸짓이었지만 고국땅을 밟고 가족품에 안기는 도재승 서기관의 표정은 한마디로 표현하기가 어려울 정도다. 지금 그의 마음속엔 과연 얼마만큼의 큰기쁨을 담고 있을까.
돌아가는 국내정세, 특히 정치판도를 보며 우울하기만하던 우리의 현실속에 던져진 도재승 서기관의 귀환은 진정 큰 선물이 아닐수 없다. TV를 통해 이미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그는 상당히 창백하고 야윈 모습으로 보는 이들이 마음을 아프게 했다. 아무 연고도 없는 사람들조차 기쁨의 눈물이 저절로 나오는데 그를 맞는 가족들이야 오죽했으랴.
아들의 납치 억류후 6백38일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불공을 드렸다는 모성, 한가닥 희망을 버리지않고 아이들과 함께 기도하며 주님께 의지했다는 부인 정봉하씨의 사랑은 오늘이 기쁨을 가능케한 위대한 모성이자 아름다운 사랑의 표본이라는 생각이 든다.
21개월이나 되는 억류생활은 아직 단편적으로 밖에 접할 수 없지만 말로 표현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고통의 연속이었음은 분명하다. 아무것도 하지않고 그들이 주는 하루 한끼의 밥을 먹으면서 스스로 동물이 되었다고 생각했다는 그의 6백38일, 상상만해도 끔찍하고 몸서리가 처진다.
다시 한번 앞을 내다볼 수가 없는 엄청난 시련과 고통속에서도 자신을 지켜온 도재승 서기관의 강인한 의지와 정신력을 높이 치하하고 싶다. 그리고 비록 상당히 늦은감은 있으나 어렵고 미모한 경로를 거쳐 도서기관의 석방과 생환의 실마리를 풀어낸 당국의 역할에도 마음으로부터의 박수를 보내는 바이다.
도서기관의 생환을 온 국민과 더불어 진심으로 환영하면서 그가 겪었던 공포의 6백38일을 하루 빨리 털어내고 조국과 가족의 따뜻한 품에세 영ㆍ육간의 건강함을 회복하도록 빌고 싶다.
사실 우리는 눈만 뜨면 접하는 각종 테러 분쟁소식에 익숙해져 있다. 세계의 화약고로 낙인찍힌 호르무즈해협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인간의 생존을 위협하는 공격과 보복, 그 반복성은 인간의 추악함 그 극치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누가 누구와 싸우는지 정확히 가려낼 수 조차 없는 혼돈속에서 우리의 도서기관은 무수한 희생자들처럼 무고한 희생양이 또다시 될뻔했던 것이다.
인간이 존엄해야하고 인권이 존중받아야함은 너무나 당연해서 강조하기가 오히려 민망하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하느님의 모상을 따라 창조된 인간이기에 인간은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어떤 경우에서도 인간 스스로 인간의 존엄을 박탈해서는 결코 안된다는 사실이다.
하물며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고 또 털끝만큼의 원한관계도 없는 사람을 대상으로 「인질」의 멍에를 씌우는 일은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되어서는 안된다. 도재승 서기관의 극적인 생환을 계기로 모든 폭력과 테러, 전쟁이 이 지구상에서 영원히 사라지기를 진심으로 기도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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