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서학 역시 역사 안에서 활동하시는 하느님이라는 주제에 초점을 맞추어 연구되었고, 하느님을 무엇보다도 「눌린이들의 해방자」로 제시하였다. 유럽에서 정치신학이 활발하게 연구되고 남미에서 해방신학이 나타남으로써 여타의 지역에서도 정의를 추구하는 운동에 큰 자극을 주었다.
둘째, 정치 경제적 성격을 띠는 몇가지 움직임이 마르크스 주의에 대한 그리스도교의 태도 변화에 큰 역할을 하였다.
즉 이른바 제3세계의 국제적 위치가 점점 증대한 사실, 현대적 대중매체 등을 통해 세계의 일부지역에서 사람들이 당하고 있는 극도의 궁핍상이 그대로 전달되어 많은 사람들이 사태의 심각성을 새롭게 인식하게 되고, 그런가하면 다른 지역에서는 지나친 낭비와 사치풍조가 만연하는 현상의 부조리성을 더욱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는 사실을 들 수 있다. 요컨대 부의 분배가 얼마나 불균형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에 대한 사람들의 의식이 크게 향상된 것이다. 게다가 외국원조나 기술이전 등을 통한 이른바「개발」정책이 가난한 나라들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성곡하지 못하고, 제1세계라고 하는 잘사는 나라 내부에서조차 자본주의 경제체제에 대해 불만을 느끼는 사람들이 무시할 수 없는 수에 이르게 되었다.
셋째, 마르크스주의 내지 공산주의 자체 내부에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들 수 있다. 이른바 신마르크스주의 사조가 대두하여 무엇보다도 고전적 마르크시즘이나 공산주의에서는 기대할 수 없었던 대종교 정책이 나타난 것이다. 예를 들어 칠레의 아옌데 정권은 종교자유를 존중한 것으로 평가되고, 이태리의 Enrico Berlinguer 등 유럽 공산당 지도자들이 종교 자유를 완전히 존중하겠다고 선언하고 나서며, 혁명을 통해서가 아니라 민주적 방식에 의해 사회주의를 건설할 것을 약속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또 교회지도자들과 동구라파 공산당들 사이에는 다른 방법이 없어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어쨌든 오랜세월이 지나는동안「공존하는 방식」을 창출해냈다. 그런가하면 이른바 비판적 마르크스주의 자들은 자유 ㆍ 민주주의 ㆍ 종교 등에 관한 마르크스 자신의 사상을 전면적으로 재평가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그리스도교 신앙인으로서 마르크스 주의에 경도되는 더 구체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무엇보다도 마르크스주의자와 그리스도 신앙인들이 가지고 있는 관심사 ㆍ 가치 ㆍ 열망들 속에 어느 정도의 공통점이 있다는 사실에서 찾을 수 있다. (1) 자본주의와 제국주의에 대한 마르크스주의적 비판은 소수의 부자로 하여금 많은 사람들을 착취함으로써 부당한 이익을 무한히 취득할 수 있게 해주는 경제제도를 단죄하고, 그런 불의한 제도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과학적」방법을 제시함으로써 사람들의 윤리적 감각을 크게 자극하고 분연히 일어설수 있게 하는 요소가있다. 성서를 자주 대하는 그리스도교 신자들 역시 거기서 불의를 얼마나 신랄하게 단죄하며 부자들에 의한 가난한 이들의 압제가 얼마나 심한 비판의 대상이 되는지를 잘알고 있고, 그 문제에 대한 감각이 보통 사람들에 비해 그만큼 더 예민하게 닦여있다. (2) 마르크스 주의 입장에서 가하는 비판은 가난한 이ㆍ 착취당하는 사람 ㆍ 무산계급의 해방을 최후 목표로 하고있다.
그뿐아니라 그 사상안에서는 이무산계급의 해방이라는 목표를 향해서 역사 전체가 진행하고 있고 혁명적
투쟁은 이 새롭고 더욱 인간적인 사회의 건설을 위해서 반드시 요구되는 댓가라고 본다. 그런데 그리스도교의 하느님 역시 가난한 이들을 자신과 동일시 하시고 그들을 해방시키시기 위해 역사안에서 활동하신다. 야훼께서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에집트의 속박으로부터 해방시키셨다.
루가복음 4장 18절에 의하면 예수께서도『묶인 사람들에게 해방을 알려주고…억눌린 사람들에게 자유를 주는 일』로서 자신의 사명을 삼으셨다. 또 마태오복음 25장에 의하면, 예수께서는 사람들의 구원이 굶주리고 궁핍한 처지에 있는 이들에 대한 각자의 태도여하에 달려있는 것으로 제시하셨다. (3)세상의 불의라고 하는 거대한 문제에 대한 마르크스주 의식해결방법은 자본주의 경제제도를 대치할만큼 근본적인 사회변혁을 실현함으로써 재산을 공유하고 각자가 노동과 재화를 균형있게 분배하는 일이다. 그런데 바로 이런꿈이야
말로 「새 하늘과 새땅」을 약속하는 성서이 내용이나, 모든 사람들이 세상의 재화를 골고루 나누어 가질수있는 사랑의 공동체 건설이라는 그리스도교의 궁극적 이상을 가장 잘 반영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런 여러가지 요소들이 어울려 일부의 그리스도교 신앙인들은 마르크스주의의 어떤면에 대해 상당한 매력을 느끼게 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리스도 신앙인들이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교회 자체가 제시하는 몇가지 방법이나 원칙들보다 오히려 마르크스식 원리를 신뢰하게 된데에는 위에 소개한 이유들 이외에도 몇가지나 더있다. 이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20세기의 세계가 안고있는 문제에 대해 성서도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해주지 못했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이들이 보기에 사회문제에 대해 교회가 제시하는 가르침들은 가진자와 통치자들에게 마음을 바꾸라는 윤리적 충고를 되풀이하는 정도이지만, 그것이 효력을 내었던적은 별로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에 따르면, 실질적으로 어떤 변화를 도입시키지기위한 「도구」는 마르크스주의 안에서만 찾을수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마르크스주의 안에서 우선 세상의 불의가 결국 경제적 원인으로부터 발생한다고하는 문제의 핵심을 밝혀낼 수 있는 분석방법을 찾는다. 그들은 또 교회가 가르치는 내용이나 구체적인 생활양식안에서 기존질서를 유지발전시키는 쪽으로 기여하게 되는 요인 (예를들어 평화나 일치만을 지나치게 또 일방적으로 강조하는 경향 등) 을 지적해내는 이데올로기적 비판능력을 마르크스주의안에서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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