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 !
천재와 바보 차이가 백지한장 차이라고, 아니라고, 언쟁을 벌이던 때가 생각나니? 삶과 죽음, 죽음과 생명의 차이도 한 장 종이의 앞 뒷면 차이뿐인 것 같구나.
쇠똥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던 옛날 할머니들의 말씀을 뒤로하고서라도 먼 장거리 전화처럼 느닷없이 불러가시는 하느님의 명(命)을 이 가을엔 생각지않을 수 없구나.
조부모님 부모님 형제들의 울부짖음을 뒤로 한 채 영구차에 실려 떠나는 너의 주검 앞에서 그저 멍해질 뿐이다. 숱하게 보고 듣는 죽음들 가운데 유독 가까이에서 직면한 너의 죽음이기에 이토록 가슴을 아프게 하는 것만은 아닌 것 같구나.
밤하늘의 별들을 유난히 좋아했고 은하수를 보면 안경낀 눈으로 그 별들을 세어보겠노라고 목을 젖혀 하늘에 눈을 고정시키던 너. 병원에 근무하는 나를 무색케 하려고 아픔도, 병명도, 검사결과도 듣기를 마다하고 한마디 말도없이 출근하듯 그렇게 가버렸니? 얼마전 교통사고로 하반신마비가 된 아녜스를 문병하면서 하느님은 열개의 고통과 함께 열한개의 은총을 주신다고 역설하던 너가 아니었니.
늘상 우리들의 불평을 들으면 『있는 그대로 당하면서 참자』고 그랬었지。 하루 한번은 꼭 리스트의 「사랑의 꿈」을 들으면서 예수님의 사랑을 묵상한다던 너의 모습을 이젠 가슴 속에 그려두어야겠구나.
마리아 !
언제나 우리들만 보시면 두손 맞잡으시고 눈물 흘리시는 너의 어머님께 예수님 뵈온 얘기 좀 들려 드리렴 !
물을 맛있는 포도주로 바꾸신 예수님께서 빈껍질뿐인 우리들의 삶을 채워주시기를 청할 뿐이다.
주님 !
마리아에게 당신 곁에 있을 수 있는 행복을 허락해 주소서.
주님 !
마리아에게 우리들에게 결코 죽음이 죽음이 아님을 깊이 깨닫게해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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