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아침「노뜨르ㆍ담」성당으로 미사 참례를 가느라 세느강가를 지나고 있을 때「저것이 미라보 다리예요」하고 아들아이가 차를 몰면서 말했다.「미라보의 다리」라는 노래가 생각나느냐고 물었으니 그 옆에 앉은 학생이「저는 그 전에 그 샹송을 대단히 좋아했다」고 하면서「미라보의 다리 아래로 세느강이 흐르고 우리들의 사랑도 흐르네…」하며 노래하듯이 대답하면서 이 샹송은 장ㆍ지로가 불러서 유명하다는 말까지 했다. 그러나 그 작사자가 아플리넬인 것은 모르고 있었다. 아플리넬은 금세기초의 시인이며 예술 평론가로서 새로운 감각으로 현대예술을 발굴하고 이해하는 선도적인 역할을 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나는 오래 전부터 들은 풍월로 이 노래를 어렴풋이 알고 있었으나 이날 아침에 흐르는 세느강과 우뚝 솟은 노뜨르ㆍ담성당을 한눈에 보았을 때 비로소 그 샹송의 뜻이 절실해지는 것 같았다. 그 샹송의 작사자는 다리 밑을 흘러가는 세느강만을 본 것이고 1000년 전의 꼬딕성당 창시자들은 하늘 위의 영원한 것만을 본 것 같이 느껴졌다. 흐르는 것과 흐르지 않는 것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이 1000년을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보고 있는 풍경이다. 가슴을 울리는 노래도 나올 만하다고 느꼈다. 그뿐 아니다. 미사 때 들은 그레고리아 성가는 이 성당 아니고서는 그처럼 아름다울 수가 없을 것이다.「건축은 얼어붙은 음악」이라고 하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이 노뜨르ㆍ담성당의 꼬딕양식은 그레고리안 음악의 천사와 같은 아름다운 멜로디가 그대로 얼어붙은 것이 아니고 무었이겠는가. 그러나 세느강은 쉬지 않고 흐른다. 흐르는 세느강을 잡아 맬 수는 없다. 세느강은 1천 년 동안 흘렀고 그 전에도 흘렀고 앞으로도 흐를 것이다. 소리 없이 흐르는 강만큼 무서운 것은 없다. 그것은 모든 것을 변모시키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름다운 것은 영원하지 않을까. 영원한 것은 참된 것이 아닐까. 참된 것은 또 영원히 내 마음 속에 고이고이 간직해둘 수 있는 좋은 것이 아닐까. 인간은 변하는 것보다 변하지 않는 것을 좋아한다. 천재들은 그러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다. 천재들은 흘러가는 것 속에서 흘러가지 않는 것을 만들어낸다.
변하는 것을 가지고 영원한 것을 만들어내는 재주를 우리는 천재라고 하는 것 같다. 위대한 천재일수록 그 작품이 오래 견디는 것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그것은 거센 물결을 견딘다. 영원히 견딜 것 같이도 보인다. 이 노뜨르ㆍ담성당도 많은 풍파를 겪었을 것이다. 나는 그것을 자세히는 모른다. 그러나 프랑스 대혁명을 어떻게 겪었을까. 눈이 뒤집힌 혁명아들은 이것을 헐어버리려고까지 했다가 살인마 같은 로베스피에르에 의해서「이성의 여신」으로 모셔지는 굴욕도 참아 받았다. 마침내는 가장 품위 없는 군인 황제 나폴레옹이 자수대관식을 거행하는 웃지 못할 희극을 치르는 장소가 되기도 했다.
이렇게 해서 영원한 성당「노뜨르ㆍ담」도 역사 속을 흐르고 있었을 뿐 아니라「프랑스」사의 중요한 광장 같은 역할까지 했다. 이것을 우리는 역사적인 유물이라고 하지 않는가. 이것은 본래의 그 모습이 아니고 변모된 모습이다. 이제 이 광장에는 순례관광 버스가 끊일 새가 없고 성당 안에는 순례자가 아닌 관광객들의 카메라 샷터와 플래쉬 터지는 소리 때문에 정적을 찾아볼 수가 없다.「고요 속에 하느님의 소리를 들읍시다」하는 쪽지가 붙어있기도 하나 아무런 효력이 없을 것이다. 하느님께 기도드려야 할 곳이 없을 것이다. 하느님께 기도 드려야 할 곳이 역사의 유물이 되고 관광객이 모이는 예술품으로 변모되었을 때 우리는 그곳을 탈출해야 한다. 마치 예수께서 산으로 피해가신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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