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름에 자지러지는 오월, 맑고 밝은 계절의 찬미도, 어지러운 세태에는 정적처럼 긴장을 더 해줍니다.
소련에서 원자로가 폭발했다는 소식-나는 내가 본 두 편의 인류종류 말에 관한 영화가 연상 되었다. 그 하나는 노아의 방주요 또 하나는 수소탄에 의하여 멸망한 적막한 항구에 떠오른 잠수함이었다. 두 편에서 모두 배가 몫을 하고는 배를 얻어 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인류 종말의 날이 왔을 때 나는 배를 얻어 탈 수 있도록 선택 받을 것인가. 선택 받는다면 어떤 배를 타게 될 것이며 어떤 광경을 볼 것인가.
◆인류종말 때 내가 탈 배는?
나는 주님의 괴로움을 덜어드린 일이 없지 않는가. 겁나고 무섭다. 주님에게 드릴 선물은 오직 사랑뿐이라는데…. 혼자서 희한한 상상을 해보았다.
신문의 잡지광고의 차례에서『아내는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행복할 권리가 있다』라는 아내의 권리선언이 있었다.
낯선 사람들 틈에서 겨우 발을 붙이고 이리저리 몰리는 생활인이 지쳐 쓰러졌을 때 이 사람을 누가 일으켜 세우겠는가. 외롭고 황막한 세상에서 고뇌를 참고 갈증을 이겨내려고 기를 쓰는 이에게 누가 용기를 주겠는가.
가정은 사랑의 보금자리요 서로 용서 받고 위로 받는 안식처이며 모든 애환을 같이하고 삶을 나누는 공동체이다. 아내의 권리선언이 그만한 이유가 있겠지만 이기의 시대라기보다는 비정의 시대를 실감한다. 주고받는 사랑이 아쉽다. 따스한 인정이 아쉽다.
세상은 혼란하고 모두가 괴로움 속에 산다. 그것은 가정과 가족생활에서 사랑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일을 돈 벌기 위한 행위로만 생각하거나 의무로 단정한다. 엄마도 아빠도 아들도 딸도 얼굴을 마주할 시간이 없고 서로를 위한 대화의 시간을 가질 여유도 없으며 즐거움을 나눌 기회는 없다.
◆소외되는 참 인간문화(人間文化)
현대문화는 우리들 자신이 만든 것이다. 하나 더하기 하나가 둘이 되는 것처럼 우리들의 일상이 시간표에
짜여서 절대불변의 것이 된다면 이것은 기계속의 놀이에 불과하다. 진정한 인간문화의 추진자는 아웃사이더들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우리들의 문명이 물욕이 버리지 않는 한 사회기구를 개량했다고 해서 인간의 존재양식은 큰 변동이 없을 것 같다. 우리는 자신의 두뇌를 손보다 더 비개성적으로 작동시키고 있기 때문에 그 누구도 이 기구조직을 어떻게 하지는 못할 것이다.
애정을 상실한 사무적이고 기계적인 모든 분야의 전문인이, 지성인이, 세상을 누리면서, 존경받으면서, 누구를 향한, 무엇을 위한 일인지 모르면서 작업한다면 그리고 시대조류에 민감하여 속단으로 오류를 범한다면 인류의 장래는 암담하다.
자유와 해방을 위하여 십자군이 일어선다면 역사와 민족을 초월하게 될 것이다.
주님께서 사회 공동체만을 구원하신다면 무성격의 소인은 누가 구원해 줄 것이며 나는 누가 구제해 줄 것인가. 우리는 주님의 뜻을 따릅시다.
◆능력의 찬미로 개성상실
나는 불친절한 냉담속의 기적보다 친절과 자비 속의 어려움을 택하겠다. 인간의 온전한 만족이란 기적처럼 드문 일이다. 누구나 불평을 지니고 불만 속에 사는 것이 필연이다. 인간이 온전히 만족하는 날은 영원히 없을지도 모른다.
모든 불만의 원인을 외부에서 찾으며 나쁜 것은 자신이 아니라 세상 탓으로 돌린다. 자기의 가치가 완전히 평가받고 있다고는 결코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에 대한 사회의 처우를 타당한 것으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인간의 불평은 영원히 해소될 수 없다.
현대의 인간행동은 개인적인 취미 감정표현 등을 용납하지 않는다. 정확 신속을 좌우명으로 하는 기구 속에서 개인적인 것은 전체 기관에 중대한 위험을 가져오기 때문에 개성은 전체의 적이 되고 기계가 발달하면 할수록 사소한 착오도 간과 될 수가 없다.
인간은 기계의 부품이 되었다. 무개성일수록 부품의 자격이 원만한 것이며, 실제적인 것으로 의미있는 것이다. 그럼으로 능력의 찬미는 현실의 찬미인 셈이다.
이와 같이 현대 개인의 모습은 능률경쟁 속에서 개인 상호간에 깊은 교우관계도 불가능하다. 자각된 개성도 없고 정신적 고향을 상실한 것이다.
새로운 21세기는 평화의 세기로 공해 없고 질병 없는 평등의 세기로 맞자. 물질적인 것에는 한계가 있고 유한하지만 인격 속에 재산은 무진장이며 인격개발 속에 과학이 있다.
인류구제는 자기 향상의 길이 왕도이다. 사랑으로 인간 스스로가 만든 마법의 사슬에서 인간성을 회복하고
본향을 찾아야 되겠다. 사람은 누구나 주님의 특별한 심부름꾼으로 태어났다. 사람의 얼굴이 제각기 다르듯 제각기 다른 저마다의 사명을 띄고 세상에 태어난 것이다. 이 저마다의 임무를 자각해서 전심전력으로 완수해야할 것이다.
◆인격 속에 재산은 무진장
나는 나의 일을 하고 그대는 그대의 일을 해야 한다. 저마다 맡은 일에는 자신이 왕이다. 그러나 누려서도 안 되고 소홀히 해서도 안 될 것이다. 인간의 공통된 염원은 첫째 자신이 그리고 건강하고 장수하며, 둘째 문화의 혜택을 고루입고 셋째 나름대로의 개성을 구현하며 넷째 한사람도 빠짐없이 나날이 보람 있고 거룩하게 지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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