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그마이너 박사라면 한국의 독자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이름일지 모른다. 그러나 실은 한국 정부로부터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여받기도 했고 노벨평화상 후보에 여러 차례 오른바있는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일찌기 어머니를 잃고 누나의 손에 자랐다. 그는 한 인간의 성장에 어머니의 영향이 얼마나 중요한지, 또한 어머니 없는 가정에 최소한 어머니 대역(代役)을 할 인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자신의 체험을 통해 절실히 깨달았다.
2차 대전을 통해 전쟁의 비참함과 평화의 중요성을 체험함은 물론 부모 잃은 어린이들이 길거리에서 방황하는 것을 보고 의사로서의 장래와 결혼도 포기하고 이런 어린이들을 돌보는 일에 투신했다.
그는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이런 어린이들이 올바로 자라기 위해서는 대량 수용만으로 불가는 하다고 판단, 반드시 잃어버린 어머니 대역을 할 수 있는 한 어머니를 중심으로 일반 가정과 비슷하게 나이차를 둔 10여명의 어린이들이 한 주택 안에서 가족으로서 따뜻한 사랑과 보살핌 속에 자라도록 하며 이러한 10~20가구가 모여 마을을 이루어 어린이들의 사회성을 기르도록 배려한다는 원리로 이른바「SOS 어린이 마을」을 구상하게 된 것이다.
고아들을 대량 수용하여 의식주를 해결해주는 것이 고작이었던 당시 상황에서 이것은 어린이 복지사에 새로운 장을 여는 획기적인 착상이었다. 이는 어린이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만이 생각할 수 있는 것이며 동시에 엄청난 용기와 결단이 요구되는 착상이었다.
사실 인간은 사랑없이는 제대로 인간구실을 하도록 올바로 성장할 수 없다. 그렇게 볼 때 어머니라는 존재는 의식주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다. 그가 평소에 주장했듯이 부모의 사랑, 어머니의 사랑이 어린이들을 정상적으로 자라도록 해준다.
그의 지론대로 그 영향력이야말로 세상의 가장 훌륭한 교육제도나 방법보다 더 위대하다. 불행히도 가정이 파괴됐을 때 정상적인 가정 분위기를 가장 닮은 형태의 가정 안에서 자랄 때 어린이들은 자기에게 맡겨진 책임을 다하며 매사에 성실하고 남을 이해하며 존중할 줄 아는 좋은 성품을 기르게 된다. 부모로부터 사랑을 받으며 귀하게 자란 어린이는 주위 환경이나 인간과의 애정 어린 관계를 맺고 이 근본적인 자세를 일생 간직하게 된다. 반대로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라는 인간은 자기밖에 모르고 용서도 양보도 모르며 폭력과 파괴를 자신의 목적달성에 쉽게 이용하게 된다. 이런 의미에서 그는 진정한 세계 평화의 길은 가정에서 어린이를 사랑으로 키우는데서 시작된다고 믿고 바라이를 위해 몸 받쳤다. 그의 이러한 호소는 세계 많은 선의의 사람들 가슴에 메아리쳐 세계 구석구석 200여개 어린이 마을들이 이들의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제 그는 갔지만 그가 사랑하던 세계 모든 어린이들 마음 속에 그는 계속 살아있을 것이며 그가 뿌리고 간 어린이 사랑하는 마음은 우리 안에서 계속 자라야 할 것이다. 내 가정에 한 두 명의 부모 없는 어린이를 입양할 용의가 없다면 적어도 어린이 복지사업을 후원이라도 하는 것이 헤르만 그 마이너씨의 유지를 받드는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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