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에 접어들어 가톨릭교회는 위대한 각성의 시기를 맞이하였다. 1962년에 시작된된 제2차 바티깐공의회로 상징되는 이 각성의 시기에 우리 교회는 평신도의 존귀함을 새삼 확인하였다. 그리고 평신도의 의무와 권리에 관해 새로운 의미를 부여해 주었다. 즉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서는 평신도가 그리스도의 사제직과 예언직, 그리고 왕직에 참여하는 존재로서, 그리스도와의 일치를 통해 사도직의 권리와 의무를 가지고 있음을 말했다. 그리고 공의회에서는 평신도들이 교회와 세속안에서 즉 영적 질서와 현세적 질서안에서 사도직을 수행하되, 특히 사회속에서의 사도직은 평신도의 고유한 사도직임을 강조했다.
또한 교회는 신도들의 이 교유한 사도직이 실생활을 통해 그리스도와의 일치를 이루는 것이며 그리스도적 양심을 밝혀, 온세상을 하느님께 봉헌하며, 이 세상의 구조와 조건들을 쇄신해야 하는 것임을 말했다. 그리고 영적 질서와 현세적 질서의 쇄신을 위해서, 현대에도 하느님은 영웅적 용기를 가진 평신도들을 불러일으키심을 말했다. 또한 평신도 사도직과 성직계와의 관계에 있어서도 성직계는 평신도 사도직의 장려에 특별한 책임이 있음을 강조했다. 이와같이 제2차 바티깐 공의회에서는「교회에 관한 교의헌장」이나 「평신도 사도직에 관한 교령」을 통해 평신도의 책임과 권리를 일깨워주었다. 이로써 평신도는 더이상 「듣고 따르는 교회」에만 머물지 아니하고, 그 수동적 위치를 벗어나 하느님 나라의 완성을 위해 투신하여야하는 능동적 존재로 부각되었다.
오늘날의 교회에서는 바로 이와같은 평신도에 관한 가르침을 계속해서 확인하려했고, 이 확인을 통해 신도들의 그침없는 각성을 촉구하고자 했다. 그리하여 교회는 평신도주일을 특별히 설정했으며 올해는 평신도주일이 설정된지 20주년에 해당되는 해인것이다. 이에 우리는 20세의 성인이된 평신도 주일을 맞이하여 한국교회가 가지고있는 평신도 사도직의 전통을 확인하고 오늘날의 평신도 사도직에 관해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한국교회는 평신도의 손에 의해 창설되었다. 지난달 신도들은 교회의 주축을 이루고 그리스도의 증인이되어 사도직 운동을 전개했다. 그 과정에서 평신도가 중심이되었던 교회는 온갖 고난과 박해에 직면하게 되었지만 평신도들은 사도직 운동을 통해 복음의 말씀을 이 민족에게 육화(肉化) 시켜나갔다. 그리하여 그들은 민족의구원을 위한 새로운 영적질서를 이땅에 세워나갔다. 또한 교회의초창기에 있어서 그들은 새로운 세상의 질서를 세우고자 했다. 그들이 하느님의 가르침에 따라 이땅에 세우고자 했던 새로운 질서는 신분의 차별이 없는 평등한 사회의 구현이었으며, 하느님 앞에 모두가 하나의 형제로 되고 벗이 되어 서로의 우애를 나누는 새로운 사회였다. 그들에게 있어서 복음은 영원한 생명을 약속하는 종교적 복음이었음과 동시에 현세에서도 새하늘과 새땅의 가능성을 제시해주는 사회적 복음이었다. 그러므로 초창기의 신도들은 복음의 실천을통해 새로운 영적질서와 현세적 질서를 수립하고자 했다.
특히 그들은 사회속에서의 사도직을 실천함으로써 민족의 보편직을 실천함으로써 민족의 보편적 구원을 위한 노력을 겸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교회사에서 등장하는 신도들의 모습은 결코 역동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이로써 교회는 개화기와 일제시대를 거치는 과정에서 전체민족의 소망이나 민족사의 주류로부터 소외되어갔다.
그리고 이 소외로 말미암아 당시의 교회는 자신이 추구하던 개인구령에 있어서 마저도 큰 성과를 거둘 수는 없었다. 물론 이러한 상황에서도 신앙인의 사회적 책임을 통감하고 교회사 초창기의 전통에 충실하여, 민족을 위해 봉사하려는 평신도 사도직의 실천자들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이 과정에서 1930년대에 이르러 평신도 사도직을 실천하려는 신평도들의 움직임이 구체화되기도 했다. 그리고 1960년대 후반기 이후로부터 우리교회의 평신도들은 새로운 각성의 시대를 맞게 되었다. 그들은 교회와 세속안에서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고자 했으며 자신의 의무를 새롭게 자각해나갔던 것이다.
이러한 우리 교회의 역사를 확인해보며, 스무번째의 평신도 주일을 맞이하는 오늘의 평신도들은 자신이 시행해야할 두개의 과제를 거듭확인하게 된다. 즉 그하나는 그리스도와의 일치를 강화하여 그의 구속사업에 동참하며, 복음을 이 땅에 더욱 널리 펼치는 일인것이다. 그리고 이는 하느님 백성의 일부로서, 하느님 나라의 완성을 강화하는 길인것이다. 여기에서 평신도들은 하느님 백성의 또다른 부분인 성직자 수도자와의 일치를 다지고 사랑을 키워 나가는 길은 평신도들은 계속해서 걸어가야함을 확인하게 된다.
오늘의 평신도들이 짊어진 두번째의 과제는 세속의 현세적 질서를 바로잡는데에서 찾아진다. 세속안에 살면서 세속적 엄무의 수행을 통해 이세상의 질서를 하느님의 뜻에 맞도록 변혁시킬 책임을 평신도들은 짊어지고 있다. 자랑스런 그리스도인임과 동시에 훌륭한 시민으로서 평신도들은 이 세상의 불의와 폭압에 맞서 싸우며, 이세상의 질서를 올바르게 이끌어 나가야 할 평신도 사도직의 실천을 요청받고 있는 것이다.
평신도 사도직이 가지고 있는 이 두 측면은 한국교회사의 전통과 공의 회의 가르침을 통해 동시에 확인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평신도사도직을 오직 교회의 영적 질서에만 제한되는 것으로 생각해서는 아니된다. 그리고 교회당국에서도 평신도의 정당한 의욕을 저하시키는 일에는 특히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오늘의 평신도 주일에 우리 모두는 영웅적 용기를 갖고 평신도 사도직의 두 측면을 함께 실천하며, 우리 자신이 이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기를 다짐해야 할 것이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