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후 마카오에 국제회의가 있어 참석할 예정이다. 매스컴위원회에 들어와서 벌써 1년에 두번씩이나 해외에 나가게 되는 셈이다. 이렇게 해외여행을 하다보면 이것이 나의 성소와 무관한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내가 예비학생으로 있을 때 지금 몸 담고 있는 수도원으로 들어오면 로마에 보내 공부를 시켜주겠다고 했다. 그날 저녁 나는 밤새 로마유학 꿈을 꾸었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그 수도원의 신학생이 되었다. 그때만 해도 유학가는 것은 특별히 머리가 좋거나 돈 있는 사람들만이 생각할 수 있었다. 그런데 막상 수도원에 들어와보니 로마에 갈 꿈은 그리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먼저 수도원에서 정해진 일정한 기간의 교육을 받아야하고 또한 신학생은 신학과정과 병역을 마쳐야 했기 때문에 이를 다 마치기위해서 7~8년이 걸렸다. 막상 로마에 가서 수련을 받게되자 나는 성소를 택한 나의 지향이 순수하지 않은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4년 가까이 수도원을 나와 직장생활을 하면서 나의 성소를 시험해보기로 하였다. 그 직장은 다행이도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출판일이였기 때문에 앞으로 혹시 다시 수도원에 들어가서 살게된다면 대단히 유익하리라는 생각에 매우 관심과 흥미가 있었다. 회사에서는 일에 흥미가 있었다. 회사에서는 일에 있어서 가장 초보적인 일부터 나에게 맡겼다. 조판소와 인쇄소에 직접 나가서 일의 과정을 배웠다. 그런데 2, 3년이 되니까 주위에서는 이왕 신학교를 그만 두었으니 마음을 돌려 결혼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의가 들어왔다. 그래서 데이트도 해보고 선도 보았다.
그런데 이러한 만남이 하나도 내 마음에 감흥을 일으켜주지 못했다. 언제나 마음 속에서는 옛날 그 할아버지 신부님이 하시던 말씀이 들려왔다. 그리고 로마에 가있는 친구가 그렇게도 부러뤘다. 그러던중에 어느날 나는 옛날에 살던 그 수도원에 다시 돌아갔다. 마당에 무성한 잡초들이 그동안 내가 없었던 사이에 얼마나 수도원이 쓸쓸했는가를 말해주는둣 했다. 얼마 안있어 로마로 가게 되었는데 그때는 옛날과는 달리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아 있었다. 그동안 이렇게 마음을 정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묵상을 했기 때문이다. 철없는 아이때 가졌던 단순한 꿈이 실제로 실현되기에는 고통도 컸지마는 결국 성소는 단순한 동기에서 생기는 것을 경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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