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깊어지면 나는 편지를 쓰고 싶다. 따뜻한 온돌방에 누워 조용히 주고받는 정다운 사연들.
거긴 인정의 꽃이 피어나고 함께 울거나 웃을 수 있는 애틋한 정과 진한 그리움이 담겨있다.
도심의 아스팔트 위로 낙엽이 뒹굴고 빈들녘에서 찬바람이 불어오면 집집마다 문을 닫아 걸고 사람들은 주저앉는다.
겨울커텐과 겨울외투가 벽에 걸리지만 매스컴을 통해 들려오는 바람소리는 왜 그렇게 차갑고 손이 시린지 시베리아 벌판에서 불어오는 북풍보다 더춥고 쌀쌀해 마음조차 얼어붙는다.
도시 빈민의 추위, 가난한 농어민들의 추위, 차가운 콘크리트 벽속에 갇혀있는 사람들의 추위, 고아원이나 양로원에서 들려오는 인간적인 추위…
작은 공간에 누워 세상을 바라보는 몸이기에 눈과 귀가 작아도 계절의 감각만은 민감해 꽃피는 봄에는 개나리와 진달래가 활짝핀 고궁이나 공원을 산책하고 싶고 무더운 여름에는 시원한 바다에 나가 마음껏 헤엄을 쳐 보고싶고 가을이 오면 곱게 물든 단풍 잎을 찾아 내장산이나 설악산으로 여행도 떠나고 싶고 겨울이 오면 첫눈이 내릴 때 하얀 눈을 맞으며 마음씨 좋은 친구와 함께 무작정 어디론가 걷고싶다.
이제 10월의 마지막 밤을 지내고나니 감 빛 언덕에도 이별이 와 봄과 여름내 가꾸었던 나뭇 잎을 모두 떠나보내고 창밖에 서있는 감나무 한그루 결실의 열매만 보여 빨갛고 아름답게 인정의 꽃을 피운다.
눈이 부시도록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한다고 이런때 나는 누구에겐가 작은 엽서라도 한장 띄우고싶다. 병상에 누워있는 친구나 나를 알고 있는 사람, 나를 잊고있는 사람에게.
사람들은 편지를 좋아한다.
일년내내 편지쓰기를 힘겨워하는 사람도 자기에게 오는 편지는 반가와 한다. 가장 싼 값으로 가장 값진 마음을 전해주는 것이 편지이기에 어느 여류 수필가는 편지란 우리 서민의 발이요 눈이고 가슴이라고 했다.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사랑의 징검다리, 추운겨울을 잘 지내기 위해서 나는 편지를 쓴다.
물리적인 추위는 문을 닫아야만 보온이 되지만 끝없는 마음의 추위는 마음 문을 열어놓아야만 녹일수 있다고. 그것은 마치 추운 겨울을 잘지내기위해 가정 주부가 방안에다가 따뜻한 난로나 연탄불을 준비하둣 내마음에도 방풍림을 치는 것이다. 우리들 삶에 있어 추운 겨울이 찾아왔을 때 창문 하나만이라도 열어본 사람들은 알게 되리라. 착하디 착한 이웃들의 사랑과 마음의 언어를. 작은 창문을 통해 얼마나 따뜻한 인간애의 햇살이 들어오는가를. 그것은 한가닥 희망이기도 하고 위한 이 기도한 사랑의 불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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