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애인 책상 위에 있어요』
『무엇인데요?』
『가톨릭시보』
『아 오늘이 금요일이구나!』
나는 반가움에 다른 일을 접어두고 신문을 읽어간다. 내가 직장을 가지고 있어 낮에 시보가 오는 것을 모른다.
『하루 종일 서로 못 보았으면서 시보만 보고 있으니 나도 어디 애인 하나 만들어야겠어』
『미안해요 요기만 읽고요』
몇 년 전까지는 시보는 엄마의 전용물이었다. 띠도 안 빼고 그대로 보관했다가 엄마에게로 왔다.
그런데 이변이 생겼다.
『2면 그 기사 먼저 읽어봐요 참 좋지』
『당신이 어떻게…』
『응 조금…』
태도 변화에 자존심이 허락지 않는지 대답이 궁하다.
날이 갈수록 그 도는 심해져서 이제는
『이 순교 이야기는 계속 나오니 전부 스크랩해서 모아야겠어』
『이 성인 성녀 이야기는 아이들에게 꼭 읽혀야겠어』
헌 시보 한 장이라도 붉은 줄이 있는 곳이 있으면 못 버린다. 아빠의 허락이 나야 한다.
이제는 나의 애인이 아닌 당신의 애인이 되고 만 가톨릭시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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