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라히 들려오는 어느 종각의 울림과 함께 오늘 하루가 시작된다. 입가엔 버릇처럼 주의 기도문이 흘러나오고 밝음을 잉태한 어둠이 아직 창호지 문가에 머물러 있다. 오늘은 주일. 일찍 일어나 서둘러야만 11시 미사에 갈 수 있다. 피곤한 아빠와 예민한 엄마를 위해 도둑고양이처럼 살금살금 마루 문을 통과하여 세면장으로 들어선다. 하늘에는 뭇별들이 아직 빛을 발하고 있다. 화창한 주일이 되려나 보다. 경쾌한 마음으로 식사를 마친 후 급히 서둘러 설거지를 하고 부엌 뒷정리를 마치고 비를 들고 마루에 들어서니 기둥 시계가 10시를 알린다. 마음에 조바심이 일기 시작한다. 콧노래를 부르며 여유만만하게 행동하는 언니가 오늘 따라 얄밉기만 하다.
그러나 이 아침 만큼은 모든 화남을 꿀꺽 삼켜버리리. 10시 20분 급히 서둘러 외투를 걸치고 머플러를 두르고 방문턱을 넘는 순간 아빠의 시선과 마주친다. 얼른 몸을 피하여 머플러를 풀어 성경과 기도서를 감춘다. 매 주일마다 반복되는 생활화된 나의 행동이건만 오늘 따라 서러움만이 인다. 조마조마한 나의 마음은 아랑곳없이 농담 담긴 언니의 외마디가 더욱 나를 서럽게 만든다. 그래도 주일 아침이면 한 번도 빼지 않고『성당에 가지 않는냐』는 엄마의 물음이 어떤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며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라도 믿지 않는 엄마에게 늘 고마움을 느낀다. 옷깃을 여미며 들어서는 순간 감사가가 온 성전에 가득하다. 이유 모를 울먹음이 목선을 타고 쏟아져 나온다. 두 손을 모으고 주님 전에 머릴 조아린다.『주님! 당신의 부르심을 주십시요. 당신을 모르는 모든 이에게 자비를 보여주소서. 일상생활 가운데 주님의 가르침을 받아 주님의 백성이 되게 하여 하느님의 사람과 은총이 온 천지에 가득히 스며들게 하여 주소서 주님! 오늘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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