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리」의 노뜨르ㆍ담성당은 이제 역사적이고 아름다운 예술품으로서만 그 생명이 유지되는 것 같다. 그러나 본래 이 꼬딕성당을 창건할 때는 그런 것이 아니었다. 꼬딕양식이 창조되던 12세기는 신앙의 세기였다. 꼬딕 건축은 그리스도교 신앙에서 우러난 것이다. 그것은 초자연에 대한 확고한 신앙의 표현이었다. 그들은 오로지 초자연에의 신앙만을 위해 서살고 그것만을 위해서 일했다. 몸과 마음을 송두리채 초자연을 위해서 바쳤던 것이다. 그들은 예술을 하면서도 예술을 의식하지 못했고 예술가이면서 예술가 행세를 할 줄 몰랐다.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예술이니 예술가니 하는 말마디조차 없었다.
그것은 르네쌍스시대의 산물이다. 그러나 꼬딕양식처럼 독창적이고 그리스도교적인 예술 양식은 누구에게 물어도 전무후무하다고 할 것이다. 그래서 그것은 중세기의 고유한 예술이고 그리스도교를 대표하는 예술이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꼬딕성당은 스콜라철학, 신학과 비유하기도 한다. 현대 사상이 분열과 대립을 특징으로 한다면 중세사상은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것이 두드러진 특징일 것이다. 꼬딕성당은 이러한 중세사상을 대표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것은 당시의 자연학을 바탕으로 하고 그 위에 신학이 그 절정을 장식하고 있으며 그 속에 들어 있는 조각과 스테인드ㆍ글래스의 내용을 합치면 성당 전체가 하나의 교리서 같은 것이며 자연과 초자연의 진리를 상징하는 종합적이고 전체적인 한 우주 같은 것이라고 평가되었다.
모든 것이 현대의 우리들이 하고 있는 것과는 완전히 성격이 다르다. 동양 것과 서양 것이 다르듯이 현대 것과 중세기 것은 다르다. 현대와 중세기 사이에는 단절이 있을 뿐 연관이 하나도 없는 것 같이 보인다. 중세기라는 것은 막간 같이 중간에 끼어 있어서 따로 떼어버릴 수 있는 것, 근대사나 현대사와는 동떨어진 것이라는 뜻으로 해석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르네쌍스를 광명시대로 보고 중세기를 암흑시대라고 하는 것이 역사의 상식이 되었던 시기도 있었다. 그러나 이 노뜨르ㆍ담 성당을 자세히 보면 그렇지가 않다는 것이 명백해진다.
스콜라철학이 그리스도교를 대표하는 고유의 사상인 것처럼 꼬딕양식의 성당도 그리스도교를 대표하는 독창적인 예술양식일 것이다.「빠리」시가의 중심에 세워진 개선문은 빌려온 것이고「로마」에 가면 그 원형이 눈에 띠지만 꼬딕양식은 아무 곳에 가도 그 원형 같은 것을 찾아볼 수 없는 그리스도교 고유의 중세기적인 독창성을 지닌 것이다. 그러나 스콜라사상이 히브리적인 것과 그리스적인 것이 종합된 사상인 것처럼 꼬딕양식도 그리스도교적인 것과 그리스적인 것이 종합된 것이다. 기하학적인 구조, 단주와 주두의 양식, 그리고 여러 가지 문양들은 모두가 그리스의 아름다운 건축 양식과 역학과 수학에서 배워온 것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그것이 얼마나 그리스도교라는 신비스러운 종교와 혼연일치 되었는가. 얼마나 그리스적인 것이 그리스도교화해 있고 그리스도교적인 것이 그리스화해 있는가.
너무도 일치 조화되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것이 중세기 고유의 것이라고 속아넘어간다. 그래서 중세기를 따로 떨어진 것으로 보고 세계사에서 제거해도 좋은 것 같이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것이다.
르네쌍스라는 것은 그리스사상을 되살리는 것이며 중세 1천년은 무용지물이었으니 뛰어넘어야 하고 또 그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따지고 보면 르네쌍스라는 것은 모방하는 시대였고 사대사상이 풍미하던 수치스러운 역사였다고 할 수도 있지 않을까.「빠리」의 개선문은 그리스나 로마적인 것이기보다는「노뜨르ㆍ담」의 꼬딕양식에서 신적인 것을 제거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역사는 비약하지 않는다고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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