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난 겨울부터 한자매와 함께 신부님을 모시고 있다. 밥도 하고 빨래도 하고. 그런데 그 자매는 어엿한 아가씨지만 키는 나의 반밖에는 되지 않는다. 손도 아기손처럼 작다. 그런 자매인지라 이런 종류의 일을 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청한 것은 웬지 그 자매안에서 활동하시는 하느님의 힘을 느꼈다고나 할까? 아니면 왜 신체장애자들은 장애자끼리만 모여살아야하나? 대부분의 모임을 볼 때 장애자는 장애자끼리 모여살고 온전한 사람은 그들의 지도자나 책임자 자격으로서 있지않은가 라는 반문때문이었다.
함께 일하기위해 어려움도 많았다. 어려움이 없다는 것은 이상한 일일 것이다. 신체가 온전한 사람끼리 일을 해도 어려움은 있으니까. 더욱이나 주방기기들이 정상인을 표준으로 만들어져있으니 그릇 하나를 꺼내더라도 일일이 의자 위를 올라가야하고 수도꼭지도 틀어줘야 하고…
하루에도 수십번 의자 위를 오르내리며 음식을 만들고 설겆이를 하는 모습을 보면 애처롭기도했고 대견스럽기도했다. 그래도 그 자매는 한번도 불평을 한적이 없다. 그런가하면 신부님들과 나에게 정성을 다해 봉사하려고 한다.
얼마전부터 나는 이러한 사랑의 모습을 보며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돌처럼 굳은 내 심장, 비록 몸은 온전할지 모르지만 마음은 자라다만, 삐뚤어진 심장이었다. 사랑이 결여된 장애자였던 것이다. 외적으로는 나에게 신세를 많이 지고 있을는지 모르지만 그 자매로 인해 내가 받은 무수한 은혜는 하느님만이 알고 계시리라.
지금 그 자매는 내곁에서 쌕쌕 잠을 자고 있다. 어떤 수녀님으로부터 자매를 소개받던날 나는 자매와 함께밥을 먹어야 했는데 밥이 영 목구멍을 넘어가지 않았고 밥맛이 없었다. 처음으로 같은 방에서 함께 자던 날, 인형과 같은 모습이 이상하게 느껴져 잠도 오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는 밥맛도 좋고 잠도 잘온다. 그리고 자매와 함께 생활하도록 섭리해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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