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살고있는 곳은 강원도 산골의 광산촌, 마누라 없이는 살아도 장화없이는 못산다는 말이 있는 곳이다. 우리 성당은 본당승격된지 11년째를 맞이했다.
공소였던 성당건물이 너무 낡아서 비만오면 대야를 놓고 미사를 드려야했다. 마루바닥은 헐어서 밟으면 삐걱거리고 쥐들은 여기저기 실례를 하곤했다. 그러던 성당이 이제 준공식을 앞두고있으니 정말 감회가 새롭다.
80%가 광부인 우리 본당신자로서는 어림도 없는 공사였다. 대개가 장사하다 실패하고 농사짓다 농가부채로 폐농한 사람들인데 배운것 없어 갈 곳 없는 우리의 살림살이라 부채 짊어지고 들어와사니 기반잡기가 여간 힘드는 것이 아니다.
육체적이나 정신적으로 편치못한 삶이지만 그래도 소망이 있다면 우리가 못배웠으니 자식이라도 좀 가르쳐서 이런 고생좀 면하게 해야겠다는 희망을 걸고 검은 이 땅에서 허덕이는 것이다. 우리의 딱한 사정을 잘 아시는 신부께서는 본당부임하시면서부터 성당지을 걱정뿐이었다. 이때부터 신부님께선 서울 등지로 구걸모금운동을 시작하셨다.
본래 성치않은 다리를 이끌고 이 본당 저 본당 주일이면 본당미사는 거르시고 손님 신부님 미사아니면 공소예절을 대신해야하는 우리는 기도 시간이면 눈물로 목멘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공휴나는 주일이면 광부아빠들까지 신부님 모금대열에 함께 동참하였다. 그곳에 다녀온 남편 말을 들으니 서울이라고 다 잘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며 할머님의 다 닳아빠진 금반지, 껌팔이 불구자 아저씨 천원에서부터 그곳 형제자매들의 따뜻한 보살핌, 어떤 자매님은 두손을 잡아주면서 격려를 해주니 그 마음이 고마와 눈물이나서 고개조차 제대로 들지 못했단다.
우리 천주교회는 어디서나 한형제이고 하나라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는 것이 남편의 말이다. 그 사랑에 보답할 길은 오직 그 은인들을 위해 기도하면서 우리 본당 신자들의 기도와 땀의 결실인 이 아름다운 성전을 더욱 소중히 하여 잘가꾸어 나가는 것임을 다짐해 본다. 우뚝 선 성당을 바라보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리고 감사의 기도가 나온다.
『자비로우신 주님! 이 기적같은 은총을 베풀어 주심을 진심으로 감사드리오며 그동안 고생하신 신부님, 또한 본당 형제자매들의 희생과 기도를 불쌍히 여기시어 검은 이땅에 우리 안식처를 마련해주심을 감사드리옵고 새성전에 비해 부끄럽지않는 우리가 되어 마음의 성전은 더 크게 지을 수 있는 우리 되게 하옵시고 나아가서는 저희보다 더 가난한 이웃을 도와 주님의 사업에 함께 할 수 있는 우리되게 하옵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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