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3일자 가톨릭시보 제1044호의 신간 안내란의 기사를 본 나는 저으기 놀람과 실망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은 다름아닌 주일학생을 위한 어린이 미사책이었는데 초판 1만 부가 발행되자마자 서울에서는 불과 2주만에 매진되어 재판에 들어갔다는 기쁘고 자랑스런 것이었으나 우리 일선 주일학교 교사들은 섭섭함을 금할 길 없었다.
오늘날 모든 것이 중앙일변도라는 비난을 면해 보려고 갖은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는 시점에서 적어도 전국 각 본당 주일학교 앞으로 주일학생용 어린이 미사책이 새로 출판되었으니 구입 방법에 대한 사전의 안내서나 견본 한 권 없이 지방의 일선 교사들은 아무도 모르는 체 이미 1만여 부가 서울에서만 매진됐다니 어찌 주일학생을 담당하는 교사로서 섭섭함을 느끼지 않을 수 있겠는가.
특히 기존 어린이 미사책의 발행이 중단된 지 3년여가 넘는 이 판국에 미사책이 걸레처럼 다 떨어져 이젠 후배 동생들에게 물려줄래야 물려줄 수도 없다. 어린이 미사책 때문에 교사와 학생은 물론이요 어린이 미사를 집전하는 사제까지도 그 고충은 이루 말할 수 없는 현실인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어린이 미사책 신간이 나오기가 무섭게 팔렸다는 것은 그만큼 자녀를 둔 학부형이나 지도 교사들의 관심이 높다는 좋은 증거이자 그만큼 어린이 미사책으로 인한 고충을 뼈저리게 느껴왔기 때문인 것이다. 그러면서도 관계 당국에선 일선 교사들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신간 어린이 미사책에 대한 견본이나 주요 골자를 발췌한 안내서와 가격은 물론 광고 선전 한 번 없이 어린이 미사책이 서울 중앙에서만 배포됐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개신교에서는 주일학생을 위한 조그마한 책자나 지도서를 발행하는 데도 말단 지방 교회에까지 안내서나 소개문을 보내고 있으며 심지어 성당에까지 견본을 보내오는 실정인제 십오륙 년이란 세월을 주일학교에 몸담고 있는 나는 아직까지 가톨릭 교회에서 우리 본당 주일학교 앞으로 단 1건의 공식 또는 사적인 안내서를 받아보지 못한 것만 봐도 말로만 청소년 선도요 지도지 실제에 있어선 너무나 동떨어진 청소년에 대한 관심도이다.
그리고 서울 중앙은 어린이 미사책 값이 5백 원이면 파격적이고 헐값인지 모르지만 우리 같은 지방에선 억지로라도 사라고 하면 모르되 5백 원 (종전 어린이 미사책은 2백 원)이라면 결코 손쉬운 일이 아니라고 본다. 그것은 아직까지 한 달 교무금이 5백 원밖에 안 되는 세대가 너무나 많은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지방 어린이를 위하고 자라나는 내일의 일꾼을 보다 구김살 없이 튼튼하고 바르게 기르기를 원한다면 5백 원을 밑도는 특별할인을 해줄 것을 관계 당국에 다시 한 번 부탁드리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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