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대전에서 열린 평협 전국상임위원회의는 도시ㆍ농촌교회의 균등한 발전과 교회 공동체 의식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자매결연사업이 한국 교회 현실에서 시급하다는 결론을 얻고 이 사업을 전담할 특별기구를 설치 운영키로 결정했다고 보도되고 있다. 또 서울의 일부 본당이 벌이고 있는「가난한 교회돕기」운동이 대구 부산 등 대도시 본당에도 확대되고 있다는 사실도 지적하고 있다. 이와 같은 평협의 결정은 한국의 도시와 농촌 사이의 교회 현상을 볼 때 실로 시기에 적절한 착안이라 할 수 있다. 먼저 도시와 농촌의 교회 사이에 얼마나 많은 격차현상이 있는가를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는 경제적인 면을 들지 않을 수 없다.
교회를 지탱하고 발전시키는 데 있어 아무리「교회의 가난」을 주장하지만 실지로는 최소한의 경제적 뒷받침이 없이는 성취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의 교회 현실을 일반 국민의 도부촌빈의 격차현상보다도 훨씬 더한 정도이다. 즉 본당 운영의 주재원인 주일헌금의 경우 대도시 본당이 매주 몇만 원 내지 몇십만 원의 평균치에 비해서 농촌본당은 몇백 원 내지 몇천 원 정도에 그친다는 사실로서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이와같은 농촌본당의 현상으로는 경제적 측면에서는 그 운영이 지난한 것이다. 한편 도시본당에서는 대부분의 경우 경제적 운영에는 그다지 큰 애로를 느끼지 않는 실정에 있다. 그렇다면 같은 하느님의 백성이고 같은 그리스도의 형제자매인 한 가족 사이에 한 편이 굶주리고 헐벗고 있을 때에 한 편은 배부르고 사치할 수 있겠는가?
『서로 사랑하라』는 것이 교회의 근본적 계명이고 교회의 생명임을 알고 있는 교회가 그 공동체성과 연대성에 비추어서 먼저 교회 자체 안에서 서로 상부상조하는 사랑의 실천을 함으로써 다른 이웃들로 하여금 교회의 본뜻을 알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다음은 농촌본당의 신자 상황을 보더라도 일반적 도시집중현상의 영향도 있겠지만 근년에 와서는 신자의 수적 면에서도 상대적으로 감퇴 경향에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질적 면에서도 교육 기회의 부족과 교회 서적의 구득난 등으로 도시에 비해 점차 저하될 우려마저 없지 않다. 또 그뿐만 아니라 사제의 생활 면에 있어서도 도시에 비해서 너무나 현격한 차이로서 혹시나 그들의 사목 의욕에 좌절감이나 일지 않을까 하는 기우도 없지 않다. 이런 것들도 결국은 농촌본당의 경제난에서 기인하는 것이므로 차제에 도시의 본당들이 농촌의 가난한 본당을 먼저 경제적으로 돕는 일에 일제히 일어서기를 바라고 싶다.
이번의 평협 결정은 평협 안에 특별기구를 설치하여 평신도의 자발적인 운동을 전개하겠다는 결의를 표시한 것으로 보인다. 지극히 당연하고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전 교회적으로 관심을 갖고 추진해야 할 만한 일로서 주교 회의에서는 적극적으로 이를 검토하여 권장 추진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더욱 요청된다.
끝으로 이 자매결연운동을 실시하는 데 있어서 몇 가지의 요망을 사족으로 붙이고자 한다. 그 하나는 운동이 일시적 발상으로 시작했다가 멀지 않아 종식되어 버리는 결과가 되지 않도록 처음부터 신중히 모든 상황을 잘 판단한 후에 결행해 유시유종의 미를 거두기를 바란다. 한때 우리 사회엔 각종 자매결연의 사태가 일어난 일이 있었는데 얼마 못 가서 거의 자연 소멸의 지경에 이른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우리 교회는 그러한 실패를 재연치 않도록 미리 십분 유의해야겠다. 그 둘째는 어떤 자매 관계를 맺을 때에 무조건 무기한으로 시작할 것이 아니라 어떠한 구체적 사항을 도움의 목적으로 작정하고 그 목적 달성의 시기를 기한부로 하는 일시성의 약속을 굳게 맺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고 실현 가능성이 많은 것이다. 그 셋째는 결연하는 자교회와 매교회의 정신 자세의 문제이다.
즉 도와주는 자교회는 어디까지나 은혜를 베푼다는 의식을 없이 해야 한다. 그것은 공동체의 한 지체에 대한 마땅히 해야 할 책임으로 인식되어야 하겠다. 또 반대로 도움을 받는 매교회의 경우에는 의존하는 마음이 생기지 않도록 특별히 조심해야 하겠고 그런 형제적 도움을 하나의 자립의 촉진제로 받아들여야 하겠다. 이리하여 주는 자가 자랑하지 않고 받는 자가 부끄러워하지 않는 도움의 교환이 바로 우리 교회의 자매결연의 의의가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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