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해나 어김없이 찾아드는 자연의 풍요로움과 아름다움, 알찬 결실과 조락의 슬픔 등, 엇갈리는 섭리 속에서 우리는 한살 한살 더 하며 세월을 접어간다. 하나 정치마당은 어린 일인지 세월이 가도 가도 멋진 변신이나 세련됨없이 발전없는 흙탕물 속이요 숨막히는 안개이다.
이 나라가 일제 사슬에서 풀려나 독립된지도 40여년의 긴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정치적으로 겪을 일, 못 겪을 일, 얼마나 많은 시련을 견디며 참고 살아온 시간이던가. 이쯤 세월이 흐르고 겪어왔으면, 모두가 철이 들어 정치적 발전이나 마음크고 깊은 사람들이 되었을 법도 한데 요즈음 세상 돌아가는 걸 보면 한마디로 서글프고 안타깝다.
나이든 어른 모두가 크게 잘못 살아온 결과요, 연속이라 해방후의 그시절 그상태의 혼란이 다시 빚어지는건 아닌가 두렵고 겁이난다. 민주화 물결을 타고 벌어지는 정치마당의 바람이 드세다 못해 갈기갈기 찢기우는 느낌이라 그렇다. 어떻게 얻어낸 민주화인가! 젊은 목숨들이 최루탄을 가슴으로 받아내며 피흘려 얻어낸 민주화이다. 정치인들과 종교인들의 끈질긴 투쟁도 곁들여 있다. 이제는 곱게 꽃피워질 일만남아도 되련만 또다른 갈등과 욕심으로 이땅의 백성들은 다시 멍들고 짓밟히려 하고 있다.
이 나라 대한민국 땅엔 영호남 사람들만 사는 것인지?
서울 사람, 경기도 사람, 강원도 사람, 충청도 사람, 제주도 사람, 고향을 등지고 자유를 찾아 남으로 내려온 일천만 이북 실향민들 모두가 함께 뭉쳐 산는 곳이 이 땅 대한민국이다. 어쩌자고 저희들만 사는 땅인듯 서로 으르렁대며 거세게 싸우는 것인가.
한 지방의 대통령이 아니라 적어도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려거든 설사 일부 국민들이 지방색을 드러내 지지하며 지역감정에 불을 지른다 해도 후보들이나 정치인들, 각 분야의 지도자들은 휩쓸려선 안된다.
또한 상대당의 지역감정을 좋은 소재삼아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며 은근히 부추기거나 선동하는 측이 있어요 안된다.
성경에서 그리스도는 성직자를 가리켜『너희는 소금과 빛이 되어라』고 말씀하였다. 정치인들이나 각 분야의 지도자들은 모두가 성직자들처럼 이사회, 이 나라의 『소금과 빛』이 되어야 한다. 정치란 국민의 뜻과 소리를 받아들이고, 서로 엇갈리는 의견이나 이해관계를 모두어서 조정하는 역할과 과정이 아니지! 민주정치의 가장 중요한 요체는, 사회적 갈등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그것을 평화적인 방법으로 풀어나가는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닌지.
그런데 사회적 갈등을 풀어나갈 열쇠를 쥐어야할 장본인들이 스스로 강등을 만들고, 그속에 휘말려 들어 불집을 이리집고 부채질 하며, 부추기고 관망하는 등, 모두가 함정속에 빠져 있으니 딱하다. 이는 여나 야나 마찬가지로 큰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 민주정치가 좋다는 까닭은 앞서도 지적한대로 서로 각축하는 이해관계를 평화적으로 조정하고 해결한 다음 한걸음 더 나아가 그것을 사회 전반의 이익에 맞도록 차원 높은 문제로 삼아 온 나라의 이익으로 부합시키는 기회로 만드는 점이다.
물론 지역감정이나 그밖의 빈부의 차등에서 오는 갈등을 푸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다른 몇몇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종이나 종교적 이념적 분쟁으로 온 나라가 쑥대밭으로 파괴될만큼 격심하고 심각한 갈등은 아니였지 않은가. 그것이 민주화 바람으로 재개된 대통령 직선제 정치활동을 기점으로 대통령 출가자들이 정치도구로 삼아, 이상한 방향으로 몰고가 심화현상이 우려될만큼 되어 가고 있다.
어느 정치학자는 뭐니뭐니해도 이 나라의 핵심적 분쟁지역은 오직 하나,『정치자체』라고 말한 일이 있다.이번에 벌어진 야권정당의 거듭된 핵분열이나 유세마당에서의 흔한 분쟁 등으로 실증된 셈이다. 정치가 취약하면 사회적 갈등의 압력을 이겨내지 못하고 오히려 정치 자체가 제물로 희생될지도 모른다는 것을 대통령후보자들이나 정치인들은 냉철한 마음으로 깨달아야 한다. 어떻게 얻어낸 민주화인데 이제와서 다시 정치적 취약성을 들어내는 추태를 보인단 말인가. 들어내기는 커녕 오히려 갈등을 확대시키는 악순환을 거듭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언젠가「한국의회 발전연구회」에서 우리나라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의식에 관한 조사 연구를 한일이 있다. 그 결과를 보면, 자유와 평등, 주권 등 이념적 원리에 대한 의식은 높으면서도 경쟁·비판·공개토론·타협 등 민주주의 원리의 기본인 절차에는 아주 미숙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니까 경쟁을 혼란으로 알고, 비판을 비난·비방으로 오해하고 공개토론을 꺼리고 양보와 타협에 익숙하지 않는 등 민주적 행동이 잘 가다듬어지지 않는 면이 들어났다.
정치유세마당에서 쓰이는 기재(器材)들은 각당 모두가 최첨단기재들을 동원했으면서도 후보자들의 태도나 유세내용, 일부 지지자들의 태도는 정정당당한 정책경쟁이나 경청하는 멋진 군중들이 아니다. 차라리 폭력화도니 혼란과 욕설, 비방의 마당이 되고있다. 양보와 타협을 못하는 까닭에 야당후보의 단일화도 안됐다.
『나만이 대통령감이다』『내가 대통령이 돼야만 혼란이 안일어난다』는 등, 나라경영을 어찌어찌 하겠다는 「이슈」보다 표얻기 위한 선심 공약(公約아닌 空約)과 누가 정권을 잡느냐, 못잡느냐만이 문제이다.
이는 우리 정치문화의 슬픔이요 취약점이다. 하긴 가장 급한 일은 공명선거가 이루어지도록 공직자들의 개입없는 엄정중립과 부정선거가 없도록, 정부와 언론이 온갖 정성과 힘을 쏟을 일이다.
그런 연후에 선거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에겐 모든 정치인, 모든 국민들이 흔쾌히 승복하여 튼튼한 민주정부로 꽃피울 수 있게 서로 지키고 감시하며 도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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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수고해주신 김영무교수·김동억 신부·최창섭 교수·서석구 변호사님께 감사드립니다
이번호부터는 박현서(작가) 강희근(경상대 교수·시인)·김양진(광주대교구 사목국부장) 김신호 신부(대전교구 덕산본당 주임) 순으로 집필해주시겠읍니다.
◇1924년 서울생
◇한국방송공사 심의위원 역임
◇현 한국여성개발원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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