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의 원자력발전소 폭발사건으로 세계가 떠들썩하다.
미국의 우주선 폭발 사고와 함께 과학ㆍ기술만능주의에 빠져있는 오늘의 인류에게 일대 경종을 울려주는 대표적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사건자체도 문제려니와 적절한 방호대책을 적시에 세우도록 즉각 온 인류가족에게 사고의 발생과 진전 상황을 알리지 않은 소련당국의 철저한 폐쇄성. 비밀주의 및 정치적 비윤리성에 세계는 더욱 분노하고 있다.
온 인류가족의 기쁨과 희망 슬픔과 절망을 자신의 그것으로 삼는 교회는 이 사건에 결코 무관심할 수가 없다. 교황청 기관지 로쎄르바또레 로마노지는 연일 1면 머리기사로 사건을 다루고 있고 교황께서는 희생자들ㆍ피난민들과의 깊은 연대감을 표시하시며 차제에 윤리를 과학보다 우위에 두어야 하는 인간본연의 자세를 다시 한 번 촉구하셨다. 이미 교황께서는 1980년 유네스코에서 하신 연설 중에서『우리는 기술보다 윤리, 사물보다 인간, 물질보다 영의 우위에 대한 확신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하신 바 있다.
인간관 세계, 지상사물의 관계는 그 모두를 창조하신 하느님과 인간과의 관계에 의해서 결정되어야 한다. 세계는 하느님의 말씀으로 창조되었기에 하느님의 메시지요. 계시이다. 또한 세계는 하느님의 위해하심과 선하심의 표지이며 인간은 그것을 경탄하고 그기에 다크나큰 가치를 부여해야 하는 하느님의 선물이다. 그리스도교세계관은. 세계 안에서 하나의 우주를 보고 인간은 그 우주의 한 부분을 이루며 종속되어야하는 희랍적 사고방식과는 전혀 다른 세계관이다.
하느님이 창조하신 세계는 인간의 창조적 자유에 맡겨져 있어서 인간은 세계를 재형성해 나갈 수 있다. 인간은 세계를 관상만 하는 것이 아니라 변용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과학과 신앙은 도무지 상반되는 것이 아니다. 온갖 과학적 갈망은 인간이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이성적 능력의 활용이므로 하느님의 창조목적과 전적으로 부합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사물에 대한 과학적 탐구는 인간의 고유한 품위를 드러내는 것이므로 그러한 능력을 인간에게 부여하신 하느님을 찬미하는 일이 된다.
세계와 지상사물 그리고 그것을 탐구하는 인간의 과학적 능력은 모두 하느님의 창조사업에서 비롯한 것이다. 이 말은 세계와 지상사물에 대한 어떤 종류의 신격화도 거부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피조물의신격화는 필연적으로 인간의 하느님으로부터의 소외ㆍ인간들끼리의 소외ㆍ인간의 자연으로부터의 소외를 초래한다.
하느님을 도외시한 끝없는 기술문명에의 환상은 인간고유의내적ㆍ영성적ㆍ윤리적 가치를 잃어버리게 만들어 인간의 비인간화가 여기에서 시작된다.
교황께서는 1981년 히로시마의 UN대학에서 하신 연설 중에서 오늘의 인류가 과학ㆍ기술과 관련되어 받는 아래와 같은 3가지 유혹을 극복하자고 호소하셨다.
첫째 과학과 기술을 자연과 순수 인간적 실재들과 무한한 독립된 실재로 여겨서 과학과 기술의 내적규범은 오직 그것자체의 발전에만 있는 듯이 여기는 태도이다. 인류는 그가 지닌 과학적 능력과 기술로써 가능한 것은 그 윤리성을 따지지 않고 무엇이든 모두시도 해봐야 한다는 태도이다.
둘째 과학과 기술을 무한한경제적 확장에만 종속시키려는 태도이다. 이러한 태도 하에서는 저 개발 국가들의 가난과 인류의 참 공동선은 외면당할 수밖에 없고 과학과 기술은 소유욕충족의 도구로 전락되어 버린다.
셋째. 과학ㆍ기술의 발전을 권력의 추구와 유지목적에 종속시키는 태도이다. 여기에는 힘을 통한 권력의 추구 및 유지라는 태도가 전제되어 있고 따라서 과학과 기술은 조사적목적에 우선적으로 사용된다.
교황께서 지적하신 과학ㆍ기술에 대한 이 3가지 태도는 모두가 과학의 윤리성을 외면하는 태도이다. 과학적ㆍ기술적지식과 윤리적 지식이 병행하지 못할 때 그 과학과 기술은 결국인류를 파멸로 밖에 이끌지 못할 것이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성적 과학은 영적인 가치에 언제나 널리 개방되어있어야 하는 것이다.
오늘날 과학의 비윤리적사용은 인간생활의 전 영역에 걸쳐있다. 사회과학이 정치권력의 시녀가 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자연과학의 비인간화 요소가 그 전 분야에 걸쳐 발견되고 있다. 증가되는 핵무기ㆍ인체에 대한 유전공학적 조작ㆍ의학기술의 이기주의적 사용 등 헤아리자면 끝이 없을 것이다.
종교적 신념도. 그에 따른 윤리적 삶의 객관적 기준도 부족한 오늘의 한국 사회는 오직 경제개발만이 국리민복(國利民福)의 표준인양 떠들고 있는 국민의 가치관도 그리로만 흘러가고 있다. 체르노빌 원전사고를 보고 우리의 원자로를 점검해보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더 깊은 곳에 있다. 과학ㆍ기술의 인간화. 나아가서 하느님을 중심한 과학ㆍ기술의 윤리화가 필요하다. 과학ㆍ기술보다 영적ㆍ윤리적 가치를 더 우위에 두는 사고의 형성이 더욱 중요하고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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