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8일 오전 9시 대구대교구 영천성당은 영세한지 불과 2년여밖에 안된 한 평신도의 죽음을 애도하는 본당신자들로 꽉 메워졌다.
이날 미사는 1백3위 한국순교복자 시성식이 있었던 84년 5월 이후에 영세했던 고(故) 정기엽(64세ㆍ종삼요한) 형제를 위한 장례미사였다. 이틀 후 삼우미사 때 본당신자들로부터『철저한 유교집안에서 용감히 영세, 신자가 됨으로서 집안의 눈총을 받으면서도 본당신문발간ㆍ50년사 편찬 등 짧은 세월에 엄청난 업적을 남기신 분』으로 추모됐다. 뿐만 아니라 본당설립50주년을 잘 맞기 위한 40일기도 때는 6km여를 도보로 매일 미사에 참여. 선배신자들을 낯 뜨겁게 만들기도 했다.
비록 신영세자요 특히 공의회이후 신자였음에도 마지막 가는 길에 본당 전 신자들의 가슴마다에 고인을 잃은 슬픔을 간직하게 한 것은 그 어떤 선배신자보다도 말보다는 행동으로 신자된 본분을 다했기 때문.
보수적인 집안에서 수녀가 된 딸의 간곡한 당부로 84년 12월 부인과 함께 영세한 고인(故人)은 혼신의 힘을 기울인 본당설립50주년행사를 치른 지불과 10일후인 지난 19일 밤 10시경 구역「반신회」모임에 참석하러갔다가 이웃집 청년의 오토바이에 치여 불의의 변을 당했던 것.
사고현장에는 자신이 평소 갖고 다니던 본당신문 관련사진 등이 흩어져 있었다한다.
한학자의 경지에 이를 정도로 학식이 높았던 고인이 한국교회사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영세직후부터 본당의 뿌리를 찾기 시작했던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본당50년사 편찬을 위해 역대 주임신부들의 사진과 자료를 구하러 몇 번이나 본사를 찾아왔던 분이었기에 더욱 기억되는 중삼요한씨(氏).
그분의 삶은 공의회이전부터 신자였던 선배신앙인들에게 수동적이고 정적인 신앙생활을 반성케 해주는 계기가 됐다.
고(故) 종삼 요한씨와 같이 공의회 이후 영세 입교한 신자들이 교회활동에 적극 참여하는 것은 한국교회의 앞날이 분명「희망적」임을 암시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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