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말하고 지팡이로 보고 눈으로 듣고 나무로 만든 가짜다리에 의지하여 내가 만약 그렇게 바퀴를 타고 걸어 다녀야 한다면 너무나 끔찍스런 일이라서 생각하기조차 두렵다.
지극히 정상적이기 때문에 나는 그런 이들을 모른다고 하는가? 사무치는 고통의 중량을 만분의 일도 모르면서 나는 그들을 내형제 내 이웃이라 한다. 그 아픔의 깊은 곳을 들여다보기나 하는 듯이 지금도 동정어린 눈길로 어설프게 슬픈 표정을 짓고 있다.
내가 그들이 되고 그들이 지금의 내가 되었다고 가정하면서 나만은 도저히 그렇게 되어서는 안 된다고 몸서리치듯 머리를 젓고있는 까닭은 그 엄청난 아픔의 깊이를 잴 수 없는 이기심 때문일 게다.
형식적인 겉치레 사랑으로 나는 그들을 괴롭히고 있다 연민의 눈초리로 나는 그들을 더욱 슬프게 한다. 편견과 동정으로 그 아픈 마음을 더 갈기갈기 찢어놓기만 한다.
육체는 불편할망정 누구보다 깨끗하고 총명한 그들의 영혼에 비하면 내 영혼은 너무나 형편없이 오염되었다. 옹졸하고 비겁하고 겁 많은 성격장애자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철면피.
목발 바로 앞에 있는 걸림돌 하나 치워주지 못하는 나는 빈 그릇이다. 사랑의 눈과 입과. 귀가 없이 그들 앞에 한 발짝도 나서지 못하고 작은 기쁨 하나 마련하지 못하는 나야말로 진짜 불구자이다.
주여! 용서 하소서
연민과 동정이 아닌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진실한 사랑으로 그들을 포옹하게 하여주시옵소서. 나를 주는데 꺼려하거나 두려워 말게 하시옵소서. 내 마음 깊은 곳부터 변화시켜 주시옵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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