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는 영원한 도시라고 한다. 영원한 도시에는 세 발짝마다 성당이 있다.
모두가 대리석으로 꾸며졌고 전서 깊은 오래된 성당들이다. 그 중에서도 으뜸가는 것들을 칠대 성당 혹은 사대 성당으로 손꼽는다.
성당이 너무 많으니까 성당을 찾아갈 생각이 덜한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적어도 4대 성당은 보아야 하잖겠는냐는 생각으로 찾아간 성당이 마침 폐문했을 경우에는 차라리 잘 되었다는 느낌마저 드는 것은 무슨 심정일까. 어디서 읽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쟈끄ㆍ마리땡의 이런 말이 있을 것이다.『그런 경우 차라리 우리가 이교도였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어떤 경우에 우리도 그런 생각을 하는 때가 있을 것이다. 차라리 우리 가계가 이처럼 고귀하지 않았으면 얼마나 편할까. 혹은 차라리 딴 집안에 태어났으면 하는 생각 같은 것이 아니겠는가.「차라리 태어나지 않으니만 못하니라」이것은 성경에 있는 말이다.
옛「로마」의 유적들 가령 원형극장이나「폼페이」의 폐허 같은 것은 비교적 편안한 마음으로 부담 없이 구경할 수 있고 호기심을 만족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옛날에는 화려하고 영광에 가득 찼던 거대한 대리석 성당이 지금은 들불이 꺼진 빈 집처럼 쓸쓸한 것을 볼 때 결코 마음이 편안치가 않은 것이다.
한편 이보다 더욱 마음을 편안치 않게 하는 것은 혹시 이 영원한 도시라고 하는 이「로마」가 예수께서『너는 베드로 (반석) 다』라고 하신 바로 그「반석」이라고 착각하는 이가 있지나 않을까 하는 의구심일 것이다. 베드로 대성당은 아마 세상에서 가장 크고 가장 화려한 성당일 것이다.
그러나 이 화려한 로마네스크ㆍ르네쌍스 바로크 양식과 대리석들이 지금도 하느님의 영광을 얼마나 드러내는 것인지 조용히 생각해 볼만하다. 「로마」는 그 옛날에 네로 황제가 살던 곳이기도 하다. 권세와 화려한 것으로는 로마의 황제들을 당해낼 수가 없을 것이다. 까타콤바의 순교자들은 이 권세와 영화를 꿈꾸고 있었을까. 혹은 그것을 원망하고 있었을까. 이제까지 나는 까타콤바를 교우들이 생활하던 터전인 줄 알고 있었다. 까타콤바는 박해시대에 교우들이 몸을 숨기고 기도하고 서로 돕기 위한 정보를 교환하던 곳이고 생활은 지상에서 했다고 한다. 이것은 최초의 지하교회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참으로 순수한 교회였다는 생각이 든다. 까타콤바는 지구를 움직일 수 있으리라는 알키메데스의 점보다도 더욱 강력하고 순수한 점이었다. 그것은 지하에 있었기 때문에 지구보다 훨씬 더 무거운 로마제국 사람들의 마음을 하나하나 움직일 수가 있었던 원동력이 아니었나 싶다. 이제「로마」는 대리석 성당으로 가득 차 있으나 그것이「로마」사랑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고 있다. 약간 소설적이지만 베드로 종도가 까타콤바에서 나와「로마」를 등지려고 할 때 길에서 예수가「로마」를 향해서 오시는 것을 보고「쿼ㆍ바디스ㆍ도미네」하고 물었다고 한다. 이 물음은 로마의 시작이다. 이 물음 속에 로마는 싹 트고 있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왜 이런 물음을 던지지 않는 것일까. 대리석 성당 속에 예수가 안 계신 줄을 모른단 말인가 그 속에 아직도 예수께서 고독을 참으며 탕자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계신다는 신앙이 철석 같이 확고하기 때문이란 말인가. 부활날 새벽 예수께서는 부활하신 다음 고독하게 무덤 옆에 계시지 않고 갈릴레아 바닷가로 가셨다고 한다. 아마 어부들을 만나려고 가셨을 것이다. 예수께서는 지금 가난한 사람들을 찾아서 가셨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곳에 가 계실 것이다.
대리석 문화가 아무리 화려하고 장엄해도 예수를 그 속에다 감금해 둘 수는 없을 것 같다. 아무리 자존심이 꺼려도「쿼 바디스 도미네」하고 베드로처럼 소탈하게 다시 물어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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