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심재(空心霽)라는 용어가 요즈음에 와서 듣기가 꽤 힘들어 졌다. 공복재(空腹霽)라고도 지칭된 이 용어는 공복재라는 표현이 알아듣기가 쉽지만 그 의미상 공심재가 한수 위다. 제2차 바티깐공의회 이전에는 영성체하기 전 3시간동안 음식물을, 1시간동안 물까지 도금하는 규정이었다. 물론 현재도 이 공심재 규정이 없어진 것이 들어보기 어려워진 요인일 것이다. ▼공심재규정은 영성체하기 전 3시간에서 1시간으로 크게 완화됐다. 게다가 물과 약은 언제든지 들 수 있고 고령자 병자, 그리고 병자를 간호하는 사람은 한 시간 이내에도 음식물을 취할 수 있다. (교회법919조3함). 따라서 주일미사에서 미사 시작 후 영성체하기까지 보통 30~40분이 소요되기 때문에 도시락을 싸들고 섬당에 가기 전에는 이 규정에 저촉될 염려가 거의 없는 셈이다. ▼그런데 불과 20여년전만해도 공심재 규정이 영성체하기 전 3시간이었기 때문에 공심재를 지키지 못해 성체를 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 특히 주부신자들이 곤혹스러운 경우를 많이 겪었다. 식사준비를 하면서 솔뚜껑을 열고 밥이 제대로 익었는지 살피다가 그만 밥알 몇 개를 삼키고 나면 공심재 위반으로 생각했다. 전기 밥솔이 없던 시절이라 자칫하면 실수하기가 여반장이였다. ▼주부들의 이러한 처사는 지금 생각하면 융통성이 없었다. 혹평을 들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당시에는 심각한 영성체 규정위반으로서 당연하고도 지당한 것이였다. 그리고 그 정신과 정성은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가. 규정이란 이렇게 사람을 융통성 없게 보이도록 하는 측면도 없지 않지만 규정은 전통의 승계와 제도 존속에 있어 불가결한 요소이다. 그리고 이러한 규정의 변화는 시대적인 요구와 필요에 따라 자연스럽게 점진적으로 그 실체를 드러내곤 한다. ▼공심재규정은 「성체에 대한존경과 영성체를 준비하는 마음가짐」을 준비시키기 위한 배려이다. 그런데 이 규정이 완화되면서 공심재라는 용어마저 잊어버린듯하여 아쉽다. 그렇다고 공심재 규정을 강화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규정이 완화된 것을 규정이 없어진 것으로 착각하는듯해서 해본 소리다. 공심재에 대한 재교육이 있어야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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