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기본권리인 인권(人權)의 중요성은 금세기에 들어 가장 크게 부각되고 있는 인류사회의 대명제 중 하나이다.
인간은 개체하나 하나가 귀하고 존엄한 존재이다. 그 이유는 『인간은 하느님에 의해서 하느님의 모습대로 창조되였다』 (창세기 1, 20~27)는 성서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동등성과 존엄성은 『하느님의 백성은 이미 유태인이나 그리스인이나 노예나 자유인이나 남자나 여자나 아무 차별없이 동등한 존엄성을 가지고 있다』(갈라디아서 3, 28)고 예수 그리스도에 의해서도 재천명됐다.
그러나 가장 기본적인 남녀차별을 비롯 인종차별, 빈부의 격차, 전쟁, 윤리적인 타락 등은 각양각색 인권을 유린하여 왔으며 시대적인 상황에 따라 이같은 인권유린이 어느면에서는 합리하되거나 당연시 되기도 했다.
물론 인간 개개인은 육체적, 정신적 능력이 다르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똑같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인간기본권에 관한 모든 차별대우는 사회적, 문화적, 정치적 또는 성별, 인종, 지위, 종교 등을 초월하여 극복돼야한다. 즉 인간 각자 사이에 능력의 차이가 있음은 당연하지만 인간으로서의 평등한 존엄성은 그 누구도 침해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그리스도교는『인간존엄성을 경시하는 것은 곧 하느님을 모독하는 일』로 가르쳐왔으며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따라 인권문제에 있어 약자의 권리를 수호하는 일에 전력하고 있다.
인간의 권리가 하느님으로부터 부여받은 것이기 때문에 그 누구도 인간의 기본적 인권을 침해할 수 없다는 원리를 처음 밝힌것은 1776년 미국의 독립선언으로 보고있다. 18세기 후반으로서 불과 2백여년전이다.
그후 1789년 프랑스 인권선언은 정치적 민주주의의 원리를 명확하게 표현하였으며, 1919년 독일의 바이마르헌법은 정치적 민주주의 뿐만아니라 사회적 경제적 인권을 강조했다.
가장 완벽하고 체계적인 인권선언으로 평가받는 UN의 세계인권선언은 불과 40년전인 1948년에 선포됐다. 그러나 세계인권선언은 이념의 차이로 인해 국제간 이해관계가 얽혀 그 힘을 상실해 가고 있는 실정이다.
가톨릭교회의 최초의 인권선언은 1891년 교황 레오 13세의 역사적인 회칙「노동헌장」(Rerum Novarum)이다. 이 회칙은 인간의 권리, 특히 노동자의 권리존중을 강조했다.
「노동헌장」반포이후 역대 교황들은 인권에 대한 강력한 선언들을 지속적으로 발표해왔으며 한국가톨릭교회는 60년대말부터 인권문제에 대해 발언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경우 인권문제가 현안문제로 대두되고 인권운동이 활발히 전개되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말부터라고 볼 수 있다.
약 20년에 불과한 우리의 인권운동사에 있어서 가톨릭교회는 문헌발표와 적극적인 활동으로 사회정의를 위해 많은 공헌을 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교회의 인권유린에 대한 고발과 인권수호활동은 교회밖의 활동에 치중해온 감이 없지않다. 물론 정치변혁기의 현실에 비춰볼 때 교회밖의 인권문제가 심각하고 급선무인 것은 사실이지만 이제는 교회안의 인권문제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생각할 때가 왔다고 본다.
매년 대림 재2주일은 지난 82년 추계정기총회에서 주교회의가 제정한 한국교회의 인권주일이다.
따라서 금년 대림 제2주일인 12월 6일은 여섯번째 맞이하는 인권주일이다.
주교회의는 인권주일을 제정하면서 『인권운동을 교회적인 차원에서 전개키로한다』고 짤막하게 그 배경을 밝혔다. 인권운동을 교회적인 차원에서 전개키로한 것은 보다 강력하게 인권운동을 전개하겠다는 의지와 함께 산만한 인권운동의 재정비의 필요성도 내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인권주일 제정 배경에 대한 주교단의 발표는 짧게 함축되어 있어 그 내용을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주교단은 제1회 인권주일에 발표한 담화문을 통해 인권에 대한 교회의 기본원칙 10개항, 현실적인 문제 11개항에 대해 언급, 문제점을 구체적으러 지적하고 방향을 제시한바 있다.
주교단은 이 담화문에서 인권문제 전반에 걸쳐 언급하면서 교회안의 인권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앞에서도 지적한대로 교회안에서의 인권존중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교회 종사자들 역시 지위를 막론하고 합당한 생활을 보장받아야 한다.
이같이 교회안의 인권문제는 치외법권적 영역으로 방치한채 교회밖의 인권에만 치중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며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우리 교회는 이제 60년대의 교회가 아니다.
20여년 사이에 외형이 몇배로 신장되었으며 이에 따라 교회종사자의 수도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다.
주교단은 제1회 인권주일 담화문을 통해 『누구든지 다른 사람에게 감히 정의에 관해 이야기하려는 사람은 먼저 그 자신이 다른 사람의 눈에 정의로와야 한다』
(세계정의에 관하여 9항)는 문헌을 인용,『우리는 우리가 정의를 이야기함에 있어 나 자신이 다른 사람의 눈에 스스로 정의로운지 깊이 반성하자』고 강조했다. 지금 이 시점에서 깊이 음미해 볼 만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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