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3월 중순의 날씨였는데도 무척 맑고 포근하였다. 아니 설사 비가 왔거나 눈보라가 쳤다해도 나는 가장 좋은 날씨로 기억하고 싶다. 올해부터는 무엇이든지 찾아 보아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모처럼 많은 시간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명상의 집으로 찾아갔다.
광주까지, 묵주기도를 드리며 그리고 사색에 잠기면서 우리 일행은 어느덧 목적지에 도착하였다. 그곳은 산으로빙 둘러싸여 그야말로 속세를 완전히 벗어나 하느님 품속으로 안겨 들여진것만 같았다.
제일 먼저 눈에 띈 예수님, 그곳은 또 하나의 예수님이 계신 곳이었다.
우리는 잠시후 어느 방으로 안내되었다. 의자가 놓여 있었고 신부님처럼 검은 옷을 입으신 분이 계셨다. 수사님이라고 하였다. 수사님이라는 분이 계신다는 것을 그때야 처음 알았다. 그러고보니 옷이 좀 달았다.
아무것도 깨우치지 못했던 내게 수사님의 강론은 신앙에 대해 눈을 뜨게 해주는데 충분하였다. 권위도 명예도 세속의 모든 것을 벗고 우리는 하나가 되어 분위기에 젖어 들어갔다. 결코 겉치레가 아닌 참 진실 그것이 아니던가.
처음으로 마주 앉아본 교우들, 일요일만 잠시 미사에 참여할 뿐이었던 내겐 모두 하나같이 낯설기만 하였다.
분임토의 시간이었다. 우리는 자기의 모두를 이야기하였다. 자기의 소망·슬픔·생활 등 꾸밈없이 이야기한 후 발표할 것을 간단히 적었다. 내가 교사라는 이유로 발표를 맡게되었다. 처음으 로교우들 앞에서 얘기를 하였지만 예수님이 뒤에 계셔서인지 자연스럽게 발표할수 있었다.
밤두시경, 자기의 모두를 글로써서 주님께 바치는 시간이었다. 전등이 모두 꺼지고 우리는 벽난로 옆에 앉으신 수사님의 말씀을 듣고 흘러나오는 성가를 들으며 모두 엎드려 주님께 기도를 드렸다. 어찌 울지 않을 수 있으리-.
나는 걷잡을 수 없어 흐르는 눈물속에서 주님을 우러러 보았다. 지금부터라도 당신을 사랑하고 당신을 위해 살아가겠다고 기도하였다. 벽난로 속에서 타는 장작더미의 불꽃에 나의 기도문을 얹으며 그것이 다타도록 지켜보았다. 그것은 내가 살아온 반생의 의미이기도 하였다.
아! 이밤, 그것은 주님이 내게 할애하신 시간중 가장 아름다운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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