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버님의 기일때 온가족이 다 모였다. 사촌들과 동서, 조카들, 작은 어머님 두분이 오셔서 참석하신 이번 제사때에도 우리집 성모님과 십자가가 제사지내는 시간에 남편의 특별한(?) 배려로 장롱속으로 도피를 하신다.
웃대부터 독실한 불교신자라 하느님 대신 관세음보살을 찾으시는 분들이라 영세를 받은 막내아들과 내게 직접적으로 아무 말씀도 안하시지만 평소때 읽다 둔 성경책이 보이면 혹시 제사 모시지 않는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하신다.
그래도 제사를 지낸다고 말씀드렸더니 성당에 다니는 내가 아무래도 이질적으로 보이시나 보다. 십자가가 거실 한복판에 있으면 제사 지낼때 귀신이 못들어 온다는 생각을 가진 시댁식구들의 생각에 일년에 네차례씩 수난당하는 십자가와 성모님께 미안해서 올핸 그대로 두고 제사지내면 되지않느냐고 했더니 시댁 식구들 앞에서의 남편의 붉어진 얼굴과 눈흘김이 마음에 생채기를 낸다.
그래도 십자가와 성모님은 우리 제사땐 잠시 다른 곳에 모시는게 좋겠다고 했을 때의 시동생들의 일방적인 말에 집안의 평화를 위해선 잠시 참고 도리를 따르라는 교리시간의 엘리사벳 수녀님의 말씀을 생각한다. 이럴때의 나의 진실은 항시 뒷전이 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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