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단은「혼인 교리교육에 관한 지침서」를 발표했다. 주교단의「혼인 교리교육 지침서」발표의 의미는 크게 나누어 네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근본적으로 혼인에 관한 가톨릭적 결혼관을 밝혔다. 이것은 결혼을 하나의 단순한 계약 사상으로 보는 비그리스도교적인 문화와 자연법적, 신적 제도로서 보는 그리스도교적인 사상이 양립되어 있는 오늘날 다시 한 번 한국이라는 테두리 안에서의 혼인관을 밝힌 것이다. 인구문제 산아조절문제 등이 세계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현실에서 한국의 인구문제 또한 날로 심각해지고 있고 따라서 산아조절문제가 우리 가톨릭적 입장과는 대립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는 배경 하에서 본다면 이 문제는 가장 중대한 사목문제이며 동시에 가톨릭 포교활동의 성패를 가늠하는 요소하고 생각할 수 있다.
특히 현대는 결혼 및 가정의 신성성 또 부부의 자연윤리 등이 현대적인 사회 구조나 문화정책에 따라 거의 파괴되어가고 있고 이에 따라 결혼은 단순한 하나의 계약이라는 관념이 지배적이라고 볼 때 가톨릭적 입장에서는 아주 위태로운 사상인 것이다.
둘째 가정이라는 가치 대상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밝혔다. 가정은 무엇인가? 가정에 대한 개념을 정확히 정립한 후에 부부문제 결혼문제가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번에 주교단이 제시하고 있는 혼인 교리교육 지침서의 궁극적인 결론은 행복한 가정운동 촉진 속에서 이러한 문제점들을 보자고 되어 있다. 참된 가정이 무엇이냐를 올바로 인식하고 그 가정을 위해 노력하다 보면 뒤따르는 부분적인 문제들을 모두 다루게 된다는 것이다.
셋째, 가정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하기 위해 가정의 시발점을 먼저 알아야 함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가정의 시발은 결혼이고 부부는 결혼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부부문제 앞에는 결혼문제가, 결혼문제 앞에는 결혼 전 준비문제가 나오게 되며 결국에는 가정문제가 저절로 따라오게 된다. 여기서 우리는 가치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두고 시간적인 순서에 의해 가정교육 혼전교육 부부교육 등이 한 묶음이 되어야만 행복한 가정운동을 달성하게 된다고 봐야 한다.
넷째, 이번 사목 지침서는 단순히 산아조절문제만을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번 혼인 교리교육 지침서가 비록 인구문제 산아조절문제의 시급성이 계기가 되어 발표되었지만 결코 산아제한문제만을 해결해주는 것으로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
가톨릭의 이런 인구 산아조절문제의 해결책은 국가 및 일반 비그리스도교 문화가 제시하고 있는 해결책과는 전혀 사상적 방법적으로 내용을 달리하고 있다. 가톨릭은 성과 자녀 출산은 자연질서 속에 분리시킬 수 없는, 인위적으로 될 수 없는 것이라고 보는 데 비해 오늘날 우리 사회는 국가 자체가 고의적으로 이 두 가지를 분리시켜 권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문제의 위기가 닥쳐오고 있는 것이다. 성은 성대로, 출산은 출산대로 각자에게 맡겨진 것이라고 내버려 두는 데서 윤리를 떠난 생명문제가 던져지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국가 및 일반 사회에서는 성문제에서 자제력을 강조하지도, 교육시키지도 않고 있다. 가톨릭적인 산아조절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선 순수한 인격을 바탕으로 한 자제력의 함양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신자들은 알아야 한다.
본능에 대한 자제력의 함양 없이 인공적인 방법으로만 산아조절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면 끝내 실패하고 말 것이다. 이것은 국가적 차원에서도 그러하고 신앙적인 차원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우리 가톨릭 내에서도 성ㆍ자녀 출산문제는 부부에게 맡겨둘 일이지 교회가 간섭할 일이 아니다 라고 저항을 하는 신학자의 견해도 있다.
이런 논리는 그리스도교가 제시해주고 있는 개인주의적인 세계관이나 구원사적인 교리에 바탕을 둔 결혼관이 아니고 현세 중심적인 관념에서 나온 논리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궁극적으로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인간 생명의 영원성을 긍정하느냐 부정하느냐에 판가름 난다고 보겠다.
종래의 교회는 사목자들과 신자 모두가 혼인 교리교육을 너무나 등한히 해왔다. 근래에 들어와 가나강좌 결혼강좌 등 기타 여러 형태로 이런 운동이 세계적으로 전개되고 우리나라에서도 많이 시행되고 있지만 그 중요성이 모든 가정에 알려지기에는 아직도 미흡하다. 이제부터라도 사목자들이나 자녀를 둔 부모들은 젊은 세대의 혼인교육 강화에 심혈을 기울여야 하겠고 이런 점에서는 중요한 의의를 지녔다고 보겠다.
결혼에 임박해서야 신부를 찾는 부모들이나 그렇게 하도록 내버려두고 있는 부모 서로가 반성해야 하겠다. 그런 반성 없이는 주교단의 지침서는 아무런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다. 반성과 노력만이 이 지침서를 보다 큰 지침, 보다 큰 기둥이 되게 할 것이다.
끝으로 각 가정에 부탁하고 싶은 것은 적어도 이번 주교단의 지침서는 각 가정마다 한 권씩 비치, 부모들과 자녀들이 함께 읽도록 하라는 것이다. 또 각 본당은 세밀한 연구, 기획 하에 본당 중심의 가나강좌 결혼강좌를 강화, 젊은이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도록 배려해야 할 것이다 특히 지침서를 내놓은 주교단이 교구에서의 지침서 활용에 소극성을 띤다는, 극히 유감스런 결과가 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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