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영육으로 되어 있기에 두 가지의 음식이 필요하다. 즉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것은 배가 굶주렸기에 그렇고 목소리가 진리를 외치는 것은 마음이 굶주렸기 때문이다. 한데 먹는 데는 주부식과 조미료가 수반되듯이 마음도 그렇다. 즉 진리가 주식이 되며 학문과 예술은 부식과 조미료라 할 수 있다.
그런데 현실을 보면 주객이 전도된 감이 없지 않다. 주일학교는 빠져도 절대로 과외공부는 해야 되고 심지어는 돈 밑에 사람이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양심적으로 사느냐가 아니라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돈을 모으기 위해 혈안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 후 문제는 일단 논 외로 하고 교회면에 있어서도 이를 소홀히 하면 그에서 예외될 수 없다고 본다.
예컨대 주님의 말씀인 성경이 주식이라면 각종 출판물은 부식에 해당되며 음악 즉 성가는 조미료가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주님의 진리를 소화시키려면 자연히 출판물을 구독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아무리 없어도 밥을 먹는 데 김치라도 있어야 되듯이 강론이나 한두 번 듣고 성가를 따라 부른다고 신앙의 맛이 날 수가 없는 것이다. 그것은 맨밥에 양념만 놓고 먹는 격이니 말이다.
기실 우리가 성경을 소화시키지 못하는 이유의 하나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강론도 역시 가슴을 찌르는 고추가루도 있고 참기름이 되는 유모어도 있어야 그를 소화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잡지를 비롯해서 성인전에 이르기까지 주님의 말씀을 소화시키는 데 있기에 출판물을 등한시할 수 없는 것이다. 때문에 신자라면 교회잡지 한 권 정도는 있어야 된다.
그것은 밥을 잘 먹지 않는 어린이에게 반찬을 구미있게 하면 밥그릇을 비우듯이 이해 못하던 성경도 복음 해설로 뼈까지는 못 먹어도 살맛은 보게 되니 말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양자가 고려할 점이 있다. 한 집안에는 할머니와 어린이도 있기에 너무 매워도, 굳고 질겨도 안 되는 것처럼 식성에 맞게 요리를 해야 될 것이다.
그런데 잘 보이지 않는 것을 보면 어떤 분은 싱거워서 또는 너무 뼈가 많아서 핥다가 버리는 경우를 체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쓴 약을 먹여 병을 고치기 위해서는 감초를 넣어야 하듯이 아무리 제한된 지면이지만 그것이 아쉽다.
왜냐하면 귀한 돈을 주고 산약을 뱉어버리는 것보다는 나으니 말이다. 한편 독자 편에서도 누가 찬을 떡이나 사탕보다 맛이 있어서가 아니라 안 먹으면서 살 수가 없어서 반찬을 곁들이듯이 영생을 원한다면 그 길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하간 부식 없이 쌀밥을 소화시킬 수 없다면 그 역할을 하는 출판물을 도외시하고서는 믿음의 영양실조를 면할 수 없다고 본다. 교회 서적을 탐독한다는 것은 신앙의 맛을 얻는 길이며 교회 발전은 물론 출판사는 활기를 띠게 될 것이다. 바로 그것이 악의 잡초를 제거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