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간디 수상은 총선거에서 참패하고 수상직에서 물러났다. 간디 여사는 지난 75년 부정선거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그때부터 간디 자신에게 닥쳐온 비상사태로 애꿎은 국민이 곤욕을 치뤄야 했다. 헌법이 보장한 기본권은 대폭 유보됐고 수천 명의 야당 인사들이 체포됐으며 신문 검열이 실시됐다. 법은 7세 소녀까지 영장없이 체포할 수 있을 만큼 폭력화됐다. ▲아마추어 독재자로 둔갑한 간디가 프로 독재를 흉내낸 지 20개월. 그동안 인도의 민주사는 씻을 수 없는 오점들로 얼룩졌다. 그리고 허무하게 패퇴했다. 아예 프로 독재자로 나서서「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버텨봤으면 하는 미련도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간디는 역시 민주주의자였다. 그래서 그녀는 깨끗한 선거를 통해 평화적인 정권 교체를 이룩했다 그것은 거인만이 할 수 있는 위대한 결단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간디를 패배시킨 주요 이유가 불임수술을 강제로 실시했기 때문이란다. 얼른 이해가 안 갈 정도로 어이가 없다. 외신이 전하는 불임수술 과정을 보면 한심을 넘어 연민을 느끼게 한다. 「정부가 실적에만 집착한 나머지 행정력을 동원한 불도저식 강행을 일삼았다. 노인이나 미혼자도 강제로 수술을 한 사례가 생겼다. 주민들이 정관수술을 피하기 위해 야외에서 밤 지내기가 일쑤였다. 시장에 상주해 있는 수술팀을 피하기 위해 주민들이 시장에 가지 않자 시장이 폐쇄되기도 했다…」▲간디 정부는 불임수술을 장발자 단속쯤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말단 관리들은 건수를 올리기 위해 마구잡이식으로 덤볐다. 수술을 거부하는 사람은 뭇매를 맞거나 투옥되고 금품을 강요당하기도 했다니 더 할 말이 없다. 강제 불임수술은 빈곤 추방과 인구 팽창 억제라는 그럴 듯한 명분으로 실시됐다. 그러나 거기에 인간의 존엄성과 윤리성에 대한 배려가 무시되었던 것이 탈이었다. ▲세계는 이제 인간 회복의 시대 도덕주의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한다. 비윤리적으로 정책을 강행하던 간디 정권이 바로 그 비윤리성 때문에 패퇴함으로써 이 도덕주의는 더욱 기세를 올릴 듯하다. 하긴 제2차「바티깐」공의회가 인간 존엄성의 회복이란 기치를 높이 들었을 때부터 도덕시대는 이미 개막되고 있었다. 서구 공산당들이 프로레타리아 독재를 포기한 근본 이유도 멀리서 찾을 필요가 없다. 이제『죽은 하느님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한때 프랑스 공산당 서기장을 지낸 가로디가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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