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외방선교 수녀회가 창립됐다.
외국에서 창립된 수도원ㆍ수녀원에 익숙해있는 우리에게 남의 도움 없이 우리 손으로 이 거창한 사업을 이룩해냈다는데 있어, 또 우리를 겨냥한 게 아니라 세계복음화를 목표로 했다는데서, 실로 외방선교 수녀회 창립의 의의는 크다 하지 않을 수 없다.
1백여 년 전 까지만 해도 피로 얼룩진 우리 교회가 이제 그 피를 먹고 자라나 하느님을 세계만방에 현양할 또 하나의 준비과정을 보는 듯하다.
외방선교 수녀회는 특히 수도원의 기반이라 할 영성생활의 모범이 1백 3위 한국 성인이라 하니 바야흐로 우리 순교자의 피가 어느새 거름이 되어 꽃을 피우려는 것인가!
서양의 각 수도원이 성소격감으로 인해 진통을 겪어 온지 오래다는 소식을 들어온 우리는 현재 한국의 수도성소가 급증해 가고 있다는 반가운 말을 듣고 있다.
더군다나 외방선교수녀들은 일터가 국내에 있는 것도 아니요, 중공과 같은 침묵의 땅을 겨냥하고 있는데도 지원자들이 몰려 그중 엄선한 19명만을 첫 지원자로 받았다고 하니 진정 축복받은 땅이 아닌가.
우리는 1백수십 년 전 죽을 줄 뻔히 알면서도 조선 땅에 잠입해 들어온 파리 외방전교회 선교사들을 기억한다.
그때와 지금은 다르다지만 선교사의 길에 있어 달라진 게 별로 없다.
당시의 조선 집권자들처럼 복음에 등을 돌리고 복음 선포자들을 억압하고 고문하고 죽이기까지 하는 압제자들은 오늘날도 앞으로도 도처에 있고 또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선교사로 구미 각국에 가지 않는다면, 무신론 공산주의자들의 총부리ㆍ회교국의 칼ㆍ제3세계 독재자들의 변덕ㆍ밀림의 식인종들이 우리의 수녀들을 기다릴 것이다.
이와 함께 열대지방의 독사ㆍ독충ㆍ풍토병들도 무시 못 할 장애물들이다.
그러기에 달라진 것은 단지 그때는 우리를 위해서 죽으러왔고 이제는 남을 위해 죽으러 간다는 차 이외에 무엇이 있겠는가.
선교사의 길은 예나 지금이나 형극의 길이요 죽음의 길이라 그저 십자가의 길일 수밖에 없다.
이 길을 신앙인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때는 영광과 화관의 길이지만 약한 인간 우리의 딸ㆍ자매들이 자원해 간다고 볼 때, 무슨 말로 표현할 수 있으랴.
닥쳐올 고통들을 뻔히 알면서도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그네들을 위해 편안히 남아있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물심양면의 아낌없는 지원일 것이다.
이 자리를 빌어 10여 년 전 선견지명을 갖고 한국 외방 선교회를 창립한 최재선 주교가 이번에 또 이런 막중한 사업을 펼친데 대해 깊은 감사를 드리며 한국 외방선교 수녀회의 앞날에 길이 하느님의 축복과 평화 있기를 빌어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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