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하순경이나 11월초에 견진성사가 있으니 희망자는 신청서를 제출하고 마음의 준비를 하시라는 수녀님의 말씀을 듣고 나는 퍽이나 망설였다.
영세를 받고 4년여, 그동안 너무도 부끄럽기만 하였던 지난날의 삶을 통회하고 기도하며 지내왔지만 아직 가슴에 께끄름한 앙금이 가라앉은채 있으니 견진을 받겠다고 선뜻 용기가 나지않았다.
그러나 희망원이라는 복지단체안에 있는 공소에 주교님이 친히 오실 기회가 쉽지않다는 점과 주위의 격려에 힘입어 견진성사를 받기로 작정하였다. 몇차례의 교리가 있었고 주교님이 엮어내신 견진교리책도 열심히 익히고기도 하며 고백성사까지 보고 그날을 기다리는 내마음은 영적어른이 된다는 자부심과 그에 따르는 말과 행위에 대한 책임감 등이 뒤엉켜 불안과 설레임이 내 가슴을 뛰게하였다.
드디어 그날 11월 6일 우리는 미리 성당에 나가 꽃을 달고 외부에서 초빙해오신 대부님께 인사드리고 그분의 축하와 격려말씀 듣고 지정된 자리에 앉아 시간을 기다렸다. 나는 영세때 대부님이 견진대부로서 주시는 은혜를 입어 한결 마음이 뿌듯하였다. 『성신칠은을 입어 여러분은 영적으로 어른이 되어 그리스도와 일치되었으니 그 자녀로서 말과 행위도 그리스도를 증거할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교님의 강론이 끝나고 도유의식과 미사가 끝나도록 나는 맨 앞줄에 자리했음에도 주교님을 바로 못뵙고 고개를 숙인채 있었다.
못나게 살아온 지난날이 너무도 부끄러워서일까? 이제 크리스찬으로서 어른이 되었으니 주님의 뜻대로 열심히 살아가도록 노력하자고 마음으로 굳게 다지고 퇴장성가를 부르는 내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다. 미사후 다과회 자리에서 여러분의 축하인사를 받고 견진자를 대표해 감사와 우리의 마음 가짐을 말씀드린 나는 부끄러운 말이지만 이제 정말 신자가 되었구나 하는생각이 들었다.
다과회 후 바깥뜨락에서 대부님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맑게 개인 하늘을 보는 내 마음은 날아갈듯 상쾌하였다.
주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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