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은 숫자를 좋아하는 법이다. 여러분은 어른들이 본질적인 것에 대해 물어보는 것을 보았는가! 어른들에게 「창가에는 제라늄이 있고 지붕에는 비둘기가 있는 장미빛 벽돌로 지은 예쁜 집을 봤어요.」라고 말해서는 그 집이 어떤 집인지를 알지 못한다. 어른들에게는 「백만프랑짜리 집을 봤어요.」라고 말해야「야 참 좋구나」하고 소리 지른다. 어른들은 그 모양이다. 그것을 탓해선 안 된다. 어린이는 어른에게 관대해야 한다.』
갈등과 투쟁의 연속인 정치마당을 근심어린 시선으로 쳐다보다가, 그보다는 젊은 대학생들의 분신소식을 망연자실하여 바라보다가 (그 젊은 학생들에게 영원한 주님의 안식이 내내 함께 하기를 진심으로 비옵니다. 갈등의 와중에서 숨진 다른 모든 분에게도…) 나는 본질지향적인 시선으로 돌아가 사회의, 교회의 어른들에게 묻고 싶어서 문득 쌩 떽쥐뻬리의「어린왕자」라는 글의 구절들을 생각하게 되었다.
어른들이여, 당신들은(우리들은) 젊은 그들의 가치관의 갈등으로 뒤범벅된 심정을 얼마나 헤아리고 있느냐고. 우리 사회가 지금 겪고 있는 혼란의 책임이 결국은 나ㆍ너를 포함한 어른들에게 있는데 자신의 귀한 몸을 극한으로 대던지는 젊은 저들을 『그래선 안 되는데, 생명은 귀한 건데』등의 원론적 말들만 되뇌이며 언제까지나 바라보고만 있을 것이냐고. 젊은 저들은 저렇게 죽도록 친지하게 고뇌하고 있는데(여기서 그러한 극한적 죽음의 행위들이 윤리적으로나 또 다른 관점에서나 어떠하다고 말할 의도는 조금도 없다)사회의, 교회의 어른들이여 당신들은 지금 이 문제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으며 어떻게 할 작정이냐고 묻고 싶었던 것이다.
6월이 오면, 새순은 더욱 초록색으로 물들어가고, 열매를 맺게 할 꽃들은 피어날 것이며, 삶은 따라서 더더욱 즐거워질 것이라고 시인은 노래했다.
갈등의 5월은 이제 갔지만 6월은 우리에게 또 어떤 흔적을 남기고 사라지려는가! 6월도 지나간 5월처럼 피로한 대치와 투쟁의 계속 이려는가!
시인의 6월이 즐거워야 할뿐 만아니라 우리의 6월도 즐거워야 한다. 민중적 삶이 이처럼 갈등의 원인으로 주목받고 있는데 한가하게 즐거움이나 얘기하느냐고 지탄 받을런지도 모르겠다. 내가 말하는 6월의 즐거움은 이 땅의 갈등의 원인적 해소에서 오는 즐거움을 말한다. 피곤한 대치와 극한적 대립들이 이제는 소식을 전해주는 신문의 기사에서 제발 사라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6월의 즐거움을 말하는 것이다. 우리는 교회 안에서 서로를 형제자매라 부른다. 평화의 인사를 미사 중에 온화한 미소 지으며 진지하게 나눈다. 그리고 주님은 억눌린 자, 가난한 이와 함께 하신다고 열심히 믿는다. 이런 사랑의 공동체 안에 신앙인끼리의 계층적 구분은 과연 없는가? 미사가 끝난 후에도 길거리에서 미사 때처럼 온화한 미소의 자세로 가난한 그들의 손을 잡은 적 있는가. 이 시대에 민중으로 지칭되는 아픈 삶을 살아가는 소외된 계층이 우리 가톨릭교회 공동체 안에서는 진정으로 위로와 인간 대접을 받아야 한다.
교회 안에서 조차 판치는 물량주의적, 거대주의적, 수단제일주의적 평가기준은 어서 빨리 세척되어야 한다. 국 따로, 밥 따로 하는 적으로 신앙생활 따로, 사회생활 따로 하는 식의 분리된 이중적 삶을 살아가는 신앙인이, 어른들이 많은 한, 젊은이들의 절규에 찬 외침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며 어른의 소리는 젊은이들에게 점점 더 허구에 찬 궤변적 논리정도로만 들리게 될 것이다.
사회의, 교회의 어른들이여!『어른들이란 본질적인 것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즉 물량적ㆍ수단적 가치에 너무 집착한다)』는 「어린왕자」의 지적을 좀 더 귀여겨듣도록 하자. 갈등문제로 중병을 앓는 곳이 어디 이 사회뿐이며 정치마당 뿐이며 이 시대에만 한한 문제이겠는가 마는, 이런 갈등들을 본질적인 관련에서 바라보고 접근하지 않고 임시 방편적 자세로 그때그때를 넘겨봤자 갈등은 더욱 심화되어 가기만 할 것이다.
녹슨 쇠위에다 흰 페인트 칠한다고 해서 그 녹이 감춰지던가. 근본적으로 녹을 긁어내어야 본질적 해결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6월은 사회의, 교회의 어른들이, 젊은이들로부터 더더욱 신뢰받는 그런 계절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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